[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내년 4월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지 가운데 선거제도 개편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지난달 국회에서는 20년 만에 국회의원 100명이 참여한 전원위원회를 열어 백가쟁명식 정견 발표를 하고, 최근 정치개혁특별원회(정개특위)에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첫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발빠르게 선거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 전환, 비례대표 방식, 의원정수 증감 등에 대한 여야 입장이 다른데다 같은 당내에서도 지역별 표 득실 등 셈법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결국 개편 논의가 물건너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달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를 연 이후 아직까지 전위위 소위원회 구성을 못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5월 10일)을 이미 넘긴 만큼 늦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선거법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주문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소위에서, 국민의힘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는 엇갈린 입장을 보이며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개특위에서 결의한 선거제 개편 방식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개 안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적용한 선거방식은 소선거구제+전국 단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 지난달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
앞선 전원위에서 여야 의원들의 발표를 보면 여당 다수는 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대도시에서 3~5명을 뽑고, 농어촌 지역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도입을 주장했다. 이와 달리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현행과 같은 소선거구제나 유권자가 하나의 정당과 그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1인을 기표하는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의원정수 4~7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민주당이 장악한 수도권 의석수를 둘러싼 여야 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은 야당은 전국을 6개 단위로 나눈 권역별 비례제와 현행 전국 단위 준연동형 비례제 조합을 선호하는 의원이 많았다. 여당은 전국 병립형 비례대표제나 권역별 비례제를 상대적으로 선호했다. 의원정수와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비교섭단체는 의원정수를 전제로 한 비례대표 확대를, 국민의힘은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중진 의원은 “도시 등 수도권에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면 하면 여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인식되지만, 오히려 선거구 획정, 공천 순번 변화 등에 따라 표밭인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 지역에서 의석수를 민주당에 뺏길 가능성도 있어 당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여당을 보면 애초에 선거제 개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국회의원 의석수 감소를 개혁안으로 내놓으면서 복잡한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협의가 전혀 진전된 바가 없는 상황이라 현행 소선거구제가 결국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과 같은 위성정당 출현으로 거대 양당을 출현시키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은 만큼 비례제는 손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병립형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다”며 “현행 비례제를 유지하면서 양당이 위성정당 출현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만들어 공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