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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 조사과정에서 피의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해 경찰의 자백 강요 정황이 있었다고 봤다.
인권위는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관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 A씨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 아니냐’고 하거나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20일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A씨의 이름 일부와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를 언론사에 공개해 신원이 주변에 드러나도록 한 것은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고양경찰서장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경찰관에 대한 주의 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직원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10월 8일 긴급체포 된 이후 28시간 50분 동안 총 네 차례의 피의자조사를 받았는데, 피의자신문조서 기록상 경찰관이 총 62회에 걸쳐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말이 아니냐고 되묻거나 ‘거짓말하지 말라’ 혹은 ‘거짓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피의자신문의 영상녹화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23회에 걸쳐 ‘거짓말’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경찰이 A씨의 신상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봤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지,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주노동자의 신상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개인의 신상정보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수사기관 스스로 공표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관의 피의자 신상정보 등의 공개로 피해자 개인은 물론이고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무관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키는데 기여했다”며 “실화의 가능성에만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게 해 안전관리 부실 문제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