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너졌나”…HDC도 눈 감은 광주붕괴사고 ‘부실공사’(종합)

9일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흙벽 너무 높게 지어…못 견디고 건물 붕괴
지하 보완 작업도 없고…감리도 전무
해제계획 메뉴얼부터 감리 책임 강화·재하청 대책
  • 등록 2021-08-09 오후 2:08:11

    수정 2021-08-09 오후 8:52:14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9명의 사망자가 나온 광주 학동4구역 건물 붕괴사고의 공식 원인이 나왔다. 무리한 성토 작업과 철거 메뉴얼 미준수 등이 사고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학동4구역 건물 철거를 맡은 철거업체가 실제 공사를 재하청하는 등 건설업계의 ‘재하급문제’도 드러났다.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또한 무리한 공사 정황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묵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정부는 해체 계획서 메뉴얼 강화·감리자와 허가권자 책임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제2의 학동4구역 참사를 막겠단 방침이다.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가 가림막 설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너무 높게 쌓은 흙벽…못 버티고 건물 무너졌다

9일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건물 철거 공사는 계획과 달리 무리한 해체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건물 옆에 세운 ‘흙벽’으로 조사됐다. 건물 옆에 3층 높이(10미터 이상)의 과도한 성토(흙을 쌓는 것)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건물의 1층 중 절반이 철거된 상황에서 성토작업이 이뤄지면서, 결국 건물은 흙벽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즉 아래층 중 일부를 먼저 해체하면서 성토 무게에 더 취약해진 셈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아래층부터 일부 해체되면서 성토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결국 건물이 무너졌다”며 “무너지는 과정에서 흙이 1·2층으로 들어가면서 붕괴가 가속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높은 건물을 철거할 시 건물 옆에 흙을 쌓고, 흙 위에 철거 트럭 등이 올라가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흙벽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흙벽 사이의 거리를 넓게 유지하거나 건물의 1층 바닥판을 보완하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철거 공사에는 하중을 보완하는 공사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조사위의 설명이다.

심지어 해체계획서 단계에서부터 철거 공사 계획이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 관계자는 “해체계획서 작성 자체가 너무나 부실하게 작성되었기 때문에, 공사하는 하도급 업자 또는 재하도급 업자가 그 계획서에 따라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원회는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구조적인 원인이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해체계획서 승인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안전관리와 감리업무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철거 업체가 다시 재하도급해 철거 공사를 맡기는 등의 재하도급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 관계자는 “철거업체(한솔)이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고, 공사 기간 내내 감리 등이 미흡했다”며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가 16%나 절감됐고, 이 과정에서 부실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영욱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붕괴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HDC책임론 커질 듯…“해체계획서부터 감리까지 종합 대책 마련”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론도 언급됐다. 조사위는 재하도급과 부실 공사 등 공사 전반의 안전 문제를 원청사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위 관계자는 “(위험한)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서 원청사도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다”며 “공사의 전체 과정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관계자 정보들을 통해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을 강화해 계획서들 간의 수준 편차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해체계획서 작성·검토시 해당 분야 전문가 참여도 강화한다.

감리자와 허가권자의 책임도 강화한다. 해체감리자의 감리일지 등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허가권자의 현장점검 등을 통해 공사현장 관리·점검이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한다. 만약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처벌도 염두 중이다.

고질적인 건설업계 문제로 꼽혀 온 불법하도급도 손본다. 불법 하도급의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특히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는 처벌 대상도 확대 적용해 자발적인 불법 재하도급 퇴출을 유도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김흥진 국토도시실장은 “이번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과 유족 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면서 “사조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했고 내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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