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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어느 정도 감염 확산이 억제되는 모습을 보이자 여름 휴가를 위한 항공 예약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팬데믹(대유행)을 바라보는 미 국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항공사들은 최근 150개 이상의 미 국내 노선을 추가했다. 지난해 중단했던 주요 노선들을 재개하기 시작하는 한편, 일부 휴양지에는 신규 노선을 제공하기로 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는 5월말부터 50인승 비행기로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밀워키 등 일부 도시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 플로리다주 펜사콜라 등 대표 휴양지를 오가는 직항편을 신설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들 노선을 포함해 올 여름 24개 이상의 새로운 항공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노선의 절반(52%) 수준이 복구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의 지난해 5월 항공노선 가동률은 2019년 같은달 대비 14%에 그쳤다.
항공사들이 이처럼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여름 휴가철을 대비한 예약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앤키트 굽타 미 국내 네트워크 계획 담당 부사장은 “팬데믹 초반엔 고객들이 3개월 이후의 여행일정을 잡는 것에 대해 불안해 했지만 지금은 많은 고객들이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예약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인들의 펜대믹에 대한 위기 의식이 대폭 완화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조속하게 백신 접종을 매듭짓겠다고 거듭 의지를 내비친 것이 인식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가진 첫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제시하며 “바이러스에서 독립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국민들이 (계획대로) 백신을 맞는다면 7월 4일까지 가족이나 친지 등이 뒷마당에서 모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연설 이후 여행예약사이트의 호퍼에서 해당일 여행 검색이 63% 급증했다.
미국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항공·여행업계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징후로 읽힌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지난 21일 미국 내 공항을 통과한 승객은 150만명을 넘어서며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아직까진 2019년 대비 40%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WSJ는 부연했다.
아울러 항공사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기업 고객들의 수요 회복도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진단이다. 무디스인베스터서비스는 출장 등 비즈니스 여행 수요의 10~30%는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 등을 이용한 비대면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출장 수요도 줄어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