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것을 인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약 10년 만에 ‘인권 침해’라는 기존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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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전원위원회를 열고 ‘고등학교가 학칙을 근거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진정 사안에 대해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위원 8 대 2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인권위는 2014년 이후로 학생 휴대전화 수거 관련 진정 약 300건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판단해 왔는데, 이번엔 다른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기각을 주장한 측은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교사들의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프랑스나 미국 플로리다주 오렌지 카운티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인용 측은 학칙에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명시한 것이 학생들의 자기표현을 제한할 수 있으며, 그동안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온 인권위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학칙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이번 결정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결정문을 신중하게 작성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통상 인용 안건에 대해 결정문을 작성하는데, 이 결정문은 관련 안건의 조사 근거로 삼는 결정례가 된다. 각하나 기각 사건에 대해서는 보통 결정문을 작성하지 않지만,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결정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전남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은 ‘학칙을 근거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쉬는 시간·점심시간 등에도 사용할 수 없게끔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