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계좌 개설…대법 "심사 부실했다면 업무방해죄 아냐"

타인 양도 목적 숨기고 유령법인 계좌 개설
은행 업무방해한 혐의로 기소…1·2심 징역형
대법 파기환송…"적절한 심사 진행 증명 안돼"
  • 등록 2024-09-25 오후 2:50:23

    수정 2024-09-25 오후 2:50:2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유령 법인을 통해 계좌를 개설한 행위가 금융기관의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으로,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심사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26)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윤씨는 2022년 5월 광주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자신이 설립한 유령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윤씨는 계좌 개설 시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하며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위한 것처럼 행세했지만, 실제로는 이 계좌를 타인에게 양도할 목적이었다. 이에 은행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윤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윤씨가 허위로 계좌를 개설해 은행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계좌개설 신청서는 내용의 진실성이 담보되는 서류가 아니”라며 “사업자등록증 등 제출된 서류들은 계좌 개설을 위한 기본 서류일 뿐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나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금융기관 업무 담당자가 추가적인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거나 적절한 심사 절차를 진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계좌가 개설된 것은 금융기관의 불충분한 심사 때문이며, 윤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8월 대법원이 내린 유사 판례를 재확인한 것으로, 대법원은 단순히 허위 정보로 계좌를 개설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한편, 파기환송심에서는 윤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횡령에 대해서만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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