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판에 새긴 유쾌한 일상

데이비드 걸스타인 `무한한 즐거움` 전
도시인의 유희 생동감 있게 표현
2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내달 9일부터 가나아트 부산서 전시
  • 등록 2012-04-26 오후 6:19:37

    수정 2012-04-26 오후 6:19:4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5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 데이비드 걸스타인 `아침 달리기`(사진=가나아트센터)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모두들 `달리고` 있다. 어디를 향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딱히 적극적인 감정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밝은 표정들이 읽힌다. 손발은 가볍고 몸은 유연하다. 긍정적 생동감이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꽃을 찾아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나비도, 길 위에서 꼬리를 문 자동차도 쉴 새 없이 속도를 낸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팝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68)의 개인전. `무한한 즐거움(Infinite Joy)`을 주제로 여는 국내 세 번째 개인전이다. 햇수로는 4년 만이다. `5번가` `디스코` `아침 달리기` 등 2009년 이후 작업한 강철 평면부조와 브론즈를 포함, 40여점을 가져왔다. 현대 도시인들의 소소한 삶의 풍경에 두었던 관심은 계속 이어간다.

걸스타인의 작품들은 한마디로 유쾌하다. 위트가 있다. 팝아트적 감성으로 강철판에 새긴 일상의 즐거운 유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건물 층층에서 오가는 사람들, 가볍게 조깅하는 사람들, 자전거타기 혹은 사이클링 중인 사람들, 디스코에 열중하는 사람들 등등. 모두에게 부여한 공통된 한 가지는 `무한한 즐거움` 그 자체다.

주된 소재는 강철이다. `오려내 꿰매 붙이는 세공`을 뜻하는 `컷아웃(cutout)` 작업을 주로 한다. 종이에 그린 드로잉을 컴퓨터 데이터화 한 다음, 강철판을 레이저로 잘라내고 붙인다. 그 위는 붓이나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매끈한 색상을 씌운다. 화려한 원색의 자동차 도료나 에폭시 같은 공업용 재료가 쓰인다.

사라진 건 조각이란 장르가 가진 묵직한 무게감이다. 대신 만화경 같은 경쾌한 율동감을 얻었다. 여기엔 조각이 마치 평면 위에 그린 그림 같은 느낌을 주는 의도된 장치들이 한몫 한다. 튜브에서 갓 짜낸 물감의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겹겹으로 구성한 평면부조 위에 대담하고 자유로운 선의 리듬을 태우기도 한다. 이른바 회화적 조각, 조각적 회화다.

▲ 데이비드 걸스타인 `5번가`(사진=가나아트센터)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뫼비우스 띠`의 연속성도 걸스타인이 추구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2차원에서 시작하나 3차원으로 넘어가며, 평면을 가장하나 입체에 충실한 이중적 특성이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걸스타인의 작업은 1960∼70년대 미국 팝아트의 경향에서 한걸음 진전된 형태다. 당시 팝아트가 현대 대중소비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생활방식의 변화 등을 반영했다면 그의 작업은 그 변화에서 끄집어낸 일상의 에너지와 역동이다. 건강한 긴장감과 감각적 운동감을 먼저 본 것이다. 하지만 작정한 것은 아니라 했다. “사람들은 내가 재미있고 유쾌한 뭔가를 의도하고 작업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결코 의도한 적이 없다”고 밝혀뒀다. 그저 흥미진진한 일상에 주목했을 뿐이란 거다.

한국서 걸스타인은 이미 대형 야외조형물로 친숙하다. 2010년 서울 남대문로 서울스퀘어 광장에 세운 공공조형물로 만나고 있고, 지난해엔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개보수를 위한 세계 최대 가림막 디자인 등으로 시민들과 만났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29일까지. 이후 부산 해운대 가나아트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5월9일부터 6월2일까지 바쁜 달리기를 이어간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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