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선 부장판사는 “핵심은 엉터리 펀드를 만들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선지급에 있기 때문에 죄의 유·무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양형에 대해서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계열사돈을 동원한 게 핵심이어서 원칙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지만, 검찰과 변호인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재판부의 발언이 지난 4월 8일 항소심 첫 공판 이후 줄곧 유지했던 논리나 발언과 상당한 온도 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의문점1) 무시했던 녹취록이 유력증거로?
재판부는 김원홍 씨의 증인채택을 거부한 이유로 이미 녹취록이 탄핵증거로 제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부장판사는 “당장 내일 김원홍이 국내로 송환돼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김원홍의 입장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자세히 나와 있어 따로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16일 공판에서 “당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항소심에서 변호인과 논의한 전략에 따라 ‘나 혼자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한 상황이었는데, 녹취록을 보면 김원홍이 ‘니(김준홍) 하고 나(김원홍)하고 한 일’이라거나, ‘형제분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면서 “모든 과정을 둘이 안다면 이런 말로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라고 강하게 의심했다. “녹취록이 나중에 녹음된 게 아닌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문점2) 증인채택 요구하던 김원홍은 없던 일로?
가장 중요한 증인이라고 말하던 김원홍 씨의 국내 송환이 임박했는데도 부를 필요가 없다는 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문 부장판사는 이날 “물론 김원홍만 아는 것도 있겠지만, 김준홍의 말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간접증거뿐 아니라) 직접증거로서의 성격이 있다”면서, 김 씨에 대한 증인채택 요구를 기각했다.
의문점3) 피고인 방어권 위해 공소장 바꾸자고 했을까?
문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 최태원 주장의 핵심이 범행 동기나 경위를 다투는 것이고, 1심과 동기를 달리 볼 수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원홍도 공소사실의 공범으로 포함되거나 등장할 수 있어 그런 점에서도 공소사실 변경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김원홍 씨를 증인으로 부르지는 않겠지만, 국내 송환 이후 또 다른 재판이 진행될 때를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판과정을 보면 피고인 측 주장은 범행 동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결과인 인출을 몰랐다는 것이었다. 최태원 회장 형제 측은 최 회장은 펀드 출자와 선지급에는 관여했지만 김 씨와의 오랜 친분에 의한 것이었고, 횡령인 펀드 유출사건은 몰랐으며, 속았다고 주장해 왔다. 최 회장은 김 씨가 자신을 속여 펀드를 만들게 하고 계열사들이 선입금 한 돈 중 450억 원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고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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