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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수집한 통화 내역 2000여건 중 일부로 정부 당국은 자국 기지국을 통하는 러시아 군인들의 전화 내용을 도청해 이 같은 정보를 얻어냈다.
AP는 지난해 3월부터의 도청 기록을 통해 전쟁 초기 러시아 군인이 범죄를 저질렀던 지역인 키이우 북서쪽 외곽 부차에서의 통화 내역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부차는 지난해 4월 러시아군이 철수한 지역으로 당시 거리에는 고문의 흔적이 있는 시신이 상당수 발견된 바 있다.
AP는 레오니드, 막심, 이이반이라는 가명을 붙인 러시아 군인의 통화 내용을 보도하며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있던 이들이 어떻게 타인에 대한 끔찍한 범죄를 받아들이고 이를 저지르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19세 레오니드는 돈을 벌기 위해 입대해 지난해 우크라이나 부차에 있는 부대에 있었다. 그는 지난 2월 러시아군이 죽였던 어린 나이의 우크라인을 향한 연민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레오니드는 엄마와의 통화에서 “바닥에 18 또는 19세 정도 돼 보이는 사람이 누워있다”며 “제가 그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며 러시아군의 보급품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이들은 필요한 것을 훔치기 시작했다. 초기 통화에서는 레오니드가 “약탈한다”고 말했을 때 엄마가 아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부분도 나오지만, 이후에는 약탈이 평범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레오니드는 “너는 약탈하지 않을 거잖아”라는 엄마의 말에 강하게 부인하며 음식, 이부자리, 담요, 포크 등을 가져간다고 설명한다. 이후 엄마가 “농담하지 말고”라고 웃으며 말하자 티셔츠, 양말 등을 가져간다고 덧붙인다.
레오니드는 통화에서 ‘민간인들은 도망가거나 지하의 대피소에 갔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진짜 민간인이 아니라고 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여기에 18세 포로가 있었다. 다리에는 총상이 있고 귀는 잘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다 인정했고 우리 부대가 그를 죽였다”며 “우리는 이들을 투옥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를 다 죽인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레오니드는 자신이 5번이나 죽을 뻔했다며 러시아 군인들이 병가와 보상금 등을 위해 자신을 총으로 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5월 심한 부상을 입은 채 러시아로 돌아왔다. 그의 어머니는 이 녹취록에 대해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내 자녀가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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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곽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이반은 어릴 때 꿈이던 공수부대에 들어가 부차에서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숨지기 전까지 통화하며 “이곳이 저를 미치게 한다.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인을) 죽일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체를 청소할 때까지 아마 이곳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막심과 부인의 통화에는 민간인 살해를 시인하는 부분과 약탈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AP는 “막심이 부인과 전화하는 내용에서 전쟁과 평화가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막심이 부인에게 어떤 것을 훔쳤는지 이야기하고 있을 때 부인은 아이들에게 사회적 규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전화 너머로는 아이들이 놀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쇼핑몰에서 귀금속을 훔쳤다는 것과 금값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막심은 러시아에서 금전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고 한다.
또 그는 술에 취한 채 부인과 대화하며 민간인을 죽였다고 말하며 자신이 미쳐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라도 해야 죽일 수 있다”며 “돌아가서 왜 술을 마셨는지, 이곳 상황이 어땠는지 말하겠다”고 했다.
이어 부인이 “제발 조심하라”고 하자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다. 솔직히 두렵기는 하다. 이만한 지옥을 본 적이 없다. 이곳 상황은 너무 참혹하다”고 전했다. 또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마지막 통화에는 부인이 불안한 기운을 감지한 듯 “괜찮은 것이냐”고 몇 번이나 묻는 모습도 담겼다. 막심은 “괜찮다”며 “당분간은 통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다. 막심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