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경영 퇴진 현실화

STX조선, 27일 새 경영진 구성 가닥
포스텍 자율협약 전제 '감자 및 출자전환' 방안 포함
  • 등록 2013-09-09 오후 6:25:36

    수정 2013-09-09 오후 6:47:38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채권단의 압박에 강덕수 STX(011810)그룹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이 기정 사실화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기업은 살리되 강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에 따라 STX조선해양(067250) 등 주요 계열사에서 강 회장의 지배력을 낮추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 채권단 ‘강 회장 퇴진’ 요구 받아들여

이날 강 회장의 퇴진은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STX조선과 채권단이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에 따르면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에 대해 이사회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산은 등 4개 기관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가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STX조선이 이 방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사회가 채권단의 결정 사안을 어기면 자율협약이 깨져 STX조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STX조선 노사 양측 모두 강 회장 사임을 강력히 반대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결국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됐다.

◇STX중공업·STX엔진 경영권도 내놓을 듯

이날 이사회의 결정으로 강 회장의 ‘퇴진’에 점차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오는 27일 STX조선 주주총회에서 STX 보유 지분에 대한 무상감자 방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그룹 지주사인 ㈜STX를 통해 STX조선해양을 지배해왔던 강 회장과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기게 된다.

이와함께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STX조선에 이어 STX중공업(071970)STX엔진(077970) 등 다른 계열사 경영권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강 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나는 것 자체는 맞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며 “산은은 강 회장이 STX 정상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텍에서도 강 회장의 영향력은 급속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은행 등 포스텍 채권단은 이날 STX조선 이사회가 열린 시각에 긴급회의를 열어 기존 주주 지분의 5대1 무상감자와 657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방안이 포함된 실사 결과를 제시했다.

◇포스텍도 ‘감자 및 출자전환’..강 회장 영향력 상실

실사 결과에 따르면 포스텍의 정상화를 위해 기존주주 지분을 5대1 무상감자하게 된다. 이후 자율협약 채권단이 보유한 무담보채권 344억원과 비협약채권단 무담보채권 313억원 등 657억원을 출자전환한다. 이 경우 기존 강덕수 회장의 지분은 2.7%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앞서 우리은행은 감자 및 출자전환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정상화방안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이 내용을 포함한 실사결과를 다시 발표했다. 채권단이 감자 및 출자전환 방안에 동의할 경우 회사는 살리되 강 회장의 지배력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포스텍 채권단은 포스텍과 STX조선 등 관계사와의 거래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했었다. 포스텍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STX그룹에 의존하고 있는데, STX조선의 경영진 교체로 거래가 단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포스텍이 ‘강 회장의 개인 회사’이라고 판단, 신규자금 지원 등에 난색을 표해 감자 및 출자전환 방안을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포스텍 채권 만기일을 30일로 연장하기로 결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0일 이전까지 정상화방안을 만들어 자율협약 채권단 동의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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