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이데일리]무너지는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회장

  • 등록 2013-09-04 오후 5:12:22

    수정 2013-09-04 오후 6:19:55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전진하는 배는 침몰하지 않는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추앙받던 강덕수 STX회장이 마지막 궁지까지 몰렸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함께 채권단에 회사의 운명을 맡겨야하는 위기를 맞았고, 이제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도 내몰릴 처지다.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강 회장에게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달라고 요청했다. STX조선해양 뿐 아니라 STX중공업, STX엔진에서도 대표이사직 사임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상 그룹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강 회장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당시 “경영 결과에 책임을 통감하며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 결정사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내긴 했지만, 그동안 경영권은 유지해왔다. 산업은행은 퇴진 요구 배경에 관해 원활한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 회장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강 회장이 그동안 구조조정 방안 등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어온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심각한 도덕적 해이나 배임·횡령 등의 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채권단은 대주주의 경영권을 인정해 왔다. 앞서 자율협약을 맺었던 금호아시아나나 팬택 등은 경영안정과 지속성을 위해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강 회장은 자율협약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과 수차례 부딪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채권단이 대대적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종용했지만, 최소한의 인적 구조조정만 단행했고, 헐값 자산 매각엔 강하게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홍기택 KDB금융 회장(산업은행장 겸임)이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두고, 강만수 전 회장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강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강 회장에게 퇴진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강 회장은 홍 회장 취임 이후 최근까지 네번에 걸쳐 면담을 요청했지만 홍 회장은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권단에 호의적인 편이 아니었던 강 회장이 사재출연 같은 개인적인 회생 의지가 부족했던 점도 괘씸죄에 한몫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은 채권단의 퇴진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출근, 경영권 유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SXT그룹 측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STX가 일궈낸 경영성과가 전면 부정되어선 안된다”면서 “샐러리맨 신화(창업기업가 정신)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기업 환경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채권단이 기존 경영진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자율협약 체결시 관례로 제출한 불평등 확약서를 바탕으로 기존 경영진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압박, 자율협약 체결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과 강 회장이 극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한 퇴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차기 경영진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강 회장은 불과 10여년 만에 STX를 건설,조선업,중공업 등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1위 그룹으로 키웠다. 부도난 기업의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성공한 그룹 회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그를 두고 과거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과감하게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가 부실의 무거운 책임을 져야하는 처지가 너무나 닮은 꼴이다.

하지만 아직도 김 회장의 축적된 경험과 도전정신을 재평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것을 보면 강 회장을 무조건 내칠 일만은 아닌 듯 하다. 자율협약을 맺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보면 더 그렇다. 또 한가지, 월급쟁이 신화는 신기루인지. 윤석금 웅진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가 처참히 무너진지 1년도 되지 않아 강 회장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

▶ 관련기사 ◀
☞ STX그룹 "강덕수 회장 사퇴요구, 채권단 월권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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