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뛰쳐나온 작품…민통선 안으로 확장된 DMZ·분단의 의미

'DMZ OPEN 전시:통로' 임진각 일원서 열려
12명 작가가 32개 작품으로 DMZ 의미 재해석
평화누리-곤돌라-민통선으로 연결된 관람 동선
"DMZ, 지금은 경계지만 통로·공간의 의미 있어"
  • 등록 2024-08-21 오후 4:08:45

    수정 2024-08-21 오후 7:20:34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작가들은 자신의 바지 밑단이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을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비무장지대(DMZ)를 재해석한 작품을 설명했다.

2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임진각에는 우산을 들고있기 어려울 정도의 바람과 비가 뿌려졌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해 열리는 ‘DMZ OPEN 페스티벌’의 일환인 전시회 ‘DMZ OPEN 전시:통로’의 개막에 앞서 작품을 전시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설치된 작품. (사진=정재훈기자)
임진각 평화누리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이번 전시는 야외공간인 평화누리 바람의언덕을 지나 민간인통제선을 별도의 사전 승인 없이 하늘길로 이동하는 곤돌라로 북측탑승장까지 이어진 뒤 과거 미군부대 캠프그리브스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갤러리그리브스까지 이어진다. 분단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 갤러리를 뛰쳐나와 분단이 상징이기도 한 임진각 일대와 임진강 건너 민간인통제선까지 연결되는 셈이다.

DMZ 안에 있는 사람과 야생동물, 강의 모습을 표현한 나오미 작가의 ‘우리는 이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 그림을 시작으로 야외 공간인 평화누리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작품들은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순택 작가의 작품 ‘분단의 향기’, 윤진미의 ‘꿈 꾸는 새들은 경계를 모른다’, 한나리사쿠닉의 ‘파주 측정하기’는 평화누리공원 바람의 언덕에서 분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평화곤돌라 북측탑승장 옥상에 설치된 지비리 작가의 작품 ‘회색지대’ 위를 관람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정재훈기자)
김선정 큐레이터는 “분단의 상황이 그대로 녹아든 임진각과 캠프갤러리그리브스까지의 동선에 작품을 연결해 전시하면서 DMZ가 닫힌공간이 아니라 열린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며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원래는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 발을 디딜 수 있는 민간인통제구역이지만 임진강을 새처럼 날아 건널 수 있는 곤돌라를 타면 과거 미군부대 내 건물을 갤러리로 리모델링한 ‘갤러리그리브스’ 까지는 자유롭게 갈 수 있다. 곤돌라에서 내려 마주한 임진강 건너 편 평화곤돌라 북측탑승장 옥상에는 흑·백이 자갈이 색깔별로 명확하게 구분돼 깔려 있다. 이것 역시 지비리 작가의 ‘회색지대’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갈 위를 자유롭게 걸으면서 흑백의 자갈이 서로 뒤섞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희석되기 바라는 의도다.

갤러리그리브스에 들어서면 폭 7m가 넘는 사진작품인 정연두 작가의 ‘DMZ 극장 시리즈 - 도라산 극장’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정연두 작가는 “DMZ를 따라 곳곳에 북한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치된 전망대에서 보이는 장면을 극장의 스크린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한 군인이 갤러리그리브스에 전시된 정연두 작가의 ‘DMZ 극장 시리즈 - 도라산 극장’을 보고 있다. (사진=정재훈기자)
20년 전 DMZ에서 관측장교로 군복무를 했다는 박기진 작가는 DMZ 내 곳곳에 남아 있는 탱크 무한궤도 흔적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전쟁 당시 수차례 주인이 바뀐 DMZ가 가진 공간적 의미를 표현한 ‘평원_땅’을 선보였다.

문선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경계와 통로, 공간 3개의 주제로 DMZ가 비록 경계선의 의미를 담고는 있지만 누군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이자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DMZ OPEN 전시:통로’는 8월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서 이 동선에 따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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