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자가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결국 사퇴했다. KT 이사회는 내일(28일)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회동한다.
KT는 27일 주주총회 의안 변경 정정 공시를 통해 그의 CEO 후보자 선임의 건을 공식 철회했다. 윤 후보자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내가 더 버티면 회사가 망가질 것 같다”고 1주일여 전부터 일부 이사들에게 사의를 표했고, 다른 이사들이 주말 동안 말렸지만,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사장 직무대행은 박종욱…사내이사 공백 사태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이자, 재계 순위 12위인 KT의 경영은 초비상 상태로 빠져들게 됐다. 31일 주총 이후 구현모 현 CEO의 임기가 끝나면 사내이사는 없고, 현재 6명인 사외이사들도 상당수 교체가 불가피하다.
사장 직무대행은 정관과 사규에 따라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등기 이사는 아니다. 새로운 CEO가 선임될 때까지 내부를 챙긴다.
사외이사 추가 사퇴가능성…3명이상 안 남으면 법원 개입
그러나 변수가 있다. CEO를 새로 뽑으려면 이사회를 빨리 재구성해야 하는데, 임기가 남은 사외이사는 김대유 DB생명보험 사외이사, 유희열 한국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 연구개발센터(KCRC) 이사장, 김용헌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 등 단 3명에 불과하다.
내일(28일)KT이사들 회동에서 사퇴하는 이사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이사회 의결 정족수인 3명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사외이사 전원이 사퇴하면 KT 주주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해 새로운 이사를 선출해야 한다.
KT 개인 주주는 “KT는 모든 이사, 대표이사 결위 시 법원의 관여를 포함해 절차 이행 시나리오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낙하산,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추겨…주주추천 사외이사 대안으로
ESG 전문가인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데 낙하산을 내려보내 계열사 50여 개가 있는KT그룹에 일자리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려고 이런 초유의 사태를 벌였다면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정도가 아니라 코리아 딥(deep)디스카운트 사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현대모비스, KB금융지주에서처럼, KT도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해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받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