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기완 “文정부, '한반도 평화운동 위에 섰다'는 깨우침 가져야”

백기완 선생, 생전 文대통령에게 휴대폰으로 영상 남겨
"한반도 평화 노력,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에 주체적 줄기"
  • 등록 2021-02-17 오전 11:16:43

    수정 2021-02-17 오전 11:21:38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고 빈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고인의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들로부터 백 소장이 생전에 남겼던 휴대폰 영상을 받았다. 백 소장이 입원한 뒤 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통일에 대한 당부를 담은 영상이다.

영상 속 백 소장은 “다가서는 태도, 방법 이런 것 다 환영하고 싶습니다. 생각대로 잘되시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한마디 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다”라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백 소장의 발언을 확인하고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불러 영상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영상을 남긴 시기를 물었고 고인의 장남인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입원하시기 전”이라며 “작년 한참 남북 문제 막 하실 때, 굉장히 미국이 북미 외치고 할 때 좋아할 때”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서 “술 한잔 올리고 싶다”라며 술잔을 올리고 예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백일 교수에게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동안 여러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나누었다”라며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하고 그랬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장녀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세월호 가족들을 아버님이 가장 가슴 아파 하셨는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에 대한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어서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좀 더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되고 있는것 같아서 안타깝다”라며 “세상 모든 일에 있어서 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백원담 교수는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황해도가 고향이시니까, 꼭 가고 싶다고 이걸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라며 “이건 마지막에 쓰신 책이라서, 이것은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다”면서 유품을 전달했다.

아울러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말씀을 못하시고 대화를 하실 때 글로 쓰셨다”라며 “마지막 글이 ‘노나메기 세상이었지만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올바로 모두가 잘사는 세상’ 그래서 특별히 관심 가지신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그리고 ‘김진숙 힘내라’였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송경동 시인 사십 며칠 동안 단식을 했던 일이 있지만 굉장히 코로나 이 상황에서 가장 힘없고 길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너무 가슴아파하셨다”라며 “각별히 선생님께서 마지막 뜻이기도 하시니까 오셨으니까 말씀드립니다. 각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고개 끄덕이며 경청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직접 빈소를 방문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 조문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고(故) 이희호 여사의 장례식 때는 순방 일정이 있어 귀국 이후 예방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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