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자 쓰지 말라 태클 온다"…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인권위,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관행에 제동
1997년 이후 여성은 모두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 남자는 정규직
"달리 채용할 합리적 사유 없다…관행 개선해야"
  • 등록 2020-06-17 오후 12:00:00

    수정 2020-06-17 오후 12:17:47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남성은 정규직으로, 여성은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방송사의 행태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대전MBC아나운서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여성노동자회)
인권위는 대전 MBC 대표에게 남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여성 아나운서를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해 온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해당 방송사에 경력직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임에도 남성과 여성의 고용형태를 다르게 해 임금과 연차휴가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를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대전 MBC가 1990년대 이후 채용한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고, 1997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채용한 15명의 계약직 아나운서와 5명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는 “공교롭게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성차별의 의도가 없었고, 실제 모집요강 등의 절차에서도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거나 특정 성별로 제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대전 MBC가 기존 아나운서 결원의 보직에 여성이 필요한 경우엔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할 땐 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달리해 모집·공고하는 등 이미 모집 단계서부터 성별에 따라 고용형태를 다르게 했다고 봤다. 앞서 확인된 채용 현황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적 채용 관행의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여성 아나운서의 업무 내용 및 수행 방식은 고용형태만 프리랜서일 뿐 남성 아나운서와 같은 업무를 했고, 여성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전환해 채용할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없다고 봤다.

오히려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여성 아나운서들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 환경을 유지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해당 방송사의 한 간부는 진정인들이 포함된 회식 자리에서 “목에 주름이 있으니까 (여성 아나운서가) 스카프를 하고 그랬는데 태클이 많이 들어왔다. 늙은 여자 쓰지 말라고”, “‘남자는 늙어도 중후한 맛이 있는데 여자는 늘 예뻐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관점을 시청자 몇몇이 갖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인권위는 MBC가 제출한 전체 지역 계열사의 아나운서 고용형태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고용이 안정적인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된 비율이 87.8%인 반면 여성은 계약직 및 프리랜서 비율이 6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대전MBC에게 장기간 지속돼 온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은 업무를 수행한 진정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며 “대전MBC의 대주주인 MBC에게 본사를 포함해 지역 계열사 방송국의ㅣ 채용 현황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방송국들과 협의하는 등 성차별 시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인권위 진정 제기 이후 대전MBC가 진정인들의 방송출연 개수와 시간, 보수를 일방적으로 축소한 것은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한 불이익한 처우라고 봐 진정인들에게 각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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