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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4월경 인천 부평구 거주지에서 SNS 트위터 계정으로 한 병원을 사칭하고 ‘신장매매, 간매매, 장기매매, 장기이식, 국내이식, 해외이식, 기증, 헬리콥터’ 등의 키워드로 장기 매매 거래 광고를 했다.
이를 보고 연락한 한 피해자 B씨에게 “신장이 필요한 환자에게 기증하면 4500만원을 받도록 해주겠다”면서 “신장 기증을 위해서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코노스) 등록 및 검사 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여 250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같은 수법을 통해 총 9명에게 3648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7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피해자 B씨는 신변을 비관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C씨는 A씨의 계좌로 106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내 성급한 결정을 후회하고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오히려 “이미 투자금을 입금해 반환이 불가능하고 새로 3억원짜리 투자 계약을 본인 명의로 진행한다면 투자금 반환이 가능하다”는 등의 말로 속여가며 C씨로부터 총 17회에 걸쳐 1억186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C씨부터 받은 돈을 약속한 부동산 투자가 아닌, 지인을 통해 알게 된 ‘D부장’이라는 인물에게 보내 실체가 불분명한 가상화폐(코인)와 선물 등에 투자하거나 자신의 생활비와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도 D부장에게 기망당해 C씨의 투자금에 자신의 돈까지 더해 송금했기 때문에 고의적인 편취와 사기가 아니며, 자신이 얻은 경제적 이익도 없다면서 무죄를 호소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 의무를 저버리는 사기죄의 기망 행위에 해당하고 편취의 고의도 인정된다”면서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명의 계좌로 돈을 받은 이상 재산상 이익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장기 매매를 약속하면서 돈을 편취하고,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 방법이나 내용 등에 비춰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비록 범행이 장기 매매 행위에까지 이르지 않았고 단순히 약속 행위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장기 매매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람의 신체 중 일부를 거래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기 매매 사기 피해자의) 유족과 투자 사기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다른 피해자들에게 피해액 일부를 변제하고 합의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