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조달시 유사수신 적용법” 잇따라 발의

'테라·루나 피해자 모임’, 권도형 대표 남부지검에 고소
사기죄 처벌하려면 상품의 불안정성과 사기 의도 증명해야
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에서 자금 조달
하지만 금전(통화)받은 건 아니어서 유사수신요건 안 돼
이용우 의원 이어 양정숙 의원도 코인조달 유사수신 적용법 발의
  • 등록 2022-06-23 오후 3:00:43

    수정 2022-06-23 오후 6:20:1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루나 코인은 지난달 초 10만원대에 거래됐다가 1원도 안 되는 ‘휴지 조각’이 됐다. 지난달 52조원을 기록한 루나의 시가 총액은 바닥을 찍었다. (사진=테라 홈페이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루나 코인. 지난 5월 11일 19달러 수준이던 것이 하루만인 5월 12일에는 1.16달러로 93.1% 폭락했다. 이후 며칠 만에 0원 가까이 폭락해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2,000억 달러(약 258조원)를 증발시켰다.

테라·루나 사태로 피해를 본 국내 투자자들이 2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테라·루나 피해자 모임’은 개발사인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사기죄나 유사수신법 위반 처벌 쉽지 않아

하지만 그를 ‘사기죄’나 ‘유사수신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스테이블 코인인 UST(테라USD)와 자매코인인 루나가 연계돼 가치를 페깅(고정)하는 알고리즘에 사기죄를 물으려면 이것이 불완전하다는 걸 테라폼랩스가 알고 있었는지, 알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준비금 등 후속조치를 한 것인지, 권 대표가 사기의 의도를 가졌는지 등을 검찰이 증명해내야 한다.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하려 해도 쉽지 않다. 테라폼랩스는 UST의 수요를 늘리고 루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UST를 앵커 프로토콜 전용지갑으로 전송한 뒤 예치하면, 연 20%의 이자가 UST로 지급되게 했다.

현행 유사수신행위법에서 금지되는 유사수신행위는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원금 또는 이자 보장 약정을 하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금전을 받으면 유사수신행위가 돼 형사처벌을 받는다. 출자금을 받는 행위, 금전을 받는 행위, 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테라폼랩스의 행위 역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지만, 금전(통화)을 받은 건 아니다. ‘가상자산(코인)’의 경우 정부지침상 ‘법정통화’가 아니라고 판단돼 유사수신행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 현행 유산수신행위 규제법은 ‘금전’을 받는 행위만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정숙 의원(무소속). 사진=이데일리 DB


코인 조달도 유사수신행위 요건으로 법안 발의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가상자산(코인)으로 받아도 유사수신행위 요건으로 보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양정숙 의원(무소속)도 23일 유사수신행위에 금전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을 조달하는 것도 포함하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유사수신행위를 다른 법령에 따라 인가·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지만, 이를 금전뿐 아니라 가상자산을 조달하는 경우에도 유사수신행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양정숙 의원은 “테라·루나 사태를 방치하면 가상자산 시장이 불안정하여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제2의, 제3의 테라·루나 사태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정, 강선우, 류호정, 안호영, 위성곤, 유정주, 윤미향, 윤준병, 이용빈, 하태경, 한병도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한편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도 필요하나, 무엇보다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규제와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육성의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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