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후분양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7월 말까지 유예됐지만 선분양의 필수조건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의가 교착상태이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은 3.3㎡당 3550만원을, HUG는 2950만원 이하를 여전히 고수 중이다. 7월까지도 협의가 불발될 경우 둔촌주공 조합은 ‘후분양’ 카드를 차선책으로 꺼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조합 지도부가 지난해 가을 발주한 ‘후분양 사업검토’ 용역보고서 결과가 최근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용역보고서 결과지 공개 요구에 “전략적인 차원에서 당장은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후분양을 통해 3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조달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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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없이도 성공적으로 후분양을 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분양한 과천푸르지오써밋(1571가구)은 3.3㎡당 3300만원에 선분양하려 했지만 HUG의 분양가 규제에 후분양으로 틀었다. 그 결과 HUG에서 제시했던 3.3㎡당 2955만원보다 1000만원 비싼 3998만원에 분양해 완판했다. 후분양대출보증 가입없이 1조원의 사업비 자체 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둔촌주공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1만2000여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라 총 사업비만 3조 원이 넘어 자금 조달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찬성 조합장은 이에 대해 “최근 금리가 상당히 낮아져 금융비용 부담이 줄었으니 대출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조원을 금융권에서 보증도 없이 저리로 빌려주겠냐”며 “시공사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공사들의 연대보증 금리가 HUG 보증보다 높아, 많게는 4%대까지 될 수 있다”며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면 이자 감당도 힘들 것”이라고 봤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분양가상한제까지 하면서 벼르는데 분양가를 높여 받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공시지가를 묶든 기본형 건축비를 건드리든 분양가를 잡을 것”이라고 봤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조합 입장에선 후분양대출보증을 받아도 3년 뒤엔 집값과 땅값이 올라 분양가를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단 계산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진다면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또 “시공사들이 연대보증을 서는 것도 힘들지만, 리스크를 우려하는 금융권에서 지금 같은 시기에 그만큼의 돈을 빌려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