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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4.2원)보다 15.5원 오른 1409.7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3.8원 오른 1398.0원에 시작한 뒤 장 마감 직전까지 꾸준히 상승폭을 키우면서 141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장중에는 롱심리(달러 매수)가 더 강화되면서 19.2원 뛴 1413.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장중 고가, 종가 모두 2009년 3월 20일(1417.0원, 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환율이 그나마 1410원 아래서 마감한 것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덕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점심께와 장 마감 직전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며 그나마 종가는 1409원선에서 마감하긴 했지만 이미 장중 고가 기준으로 1410원대를 뚫고 오른 만큼 향후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 공포다. 이날 새벽 발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연준은 기준금리를 세 번 연속 0.75%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해 2008년 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2.5%)와는 0.75%포인트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
미국 달러인덱스는 2년물 국채 금리의 급등과 함께 미친듯이 올랐다. 현지시간 이날 오전 2시 40분께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1.10포인트 뛴 111.74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111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29%포인트 뛴 4.124%를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통화 가치 낙폭도 커졌다.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CNH) 환율은 전일 대비 0.32% 오른 7.09위안대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행(BOJ)가 고물가 상황과 역대급 엔저 상황에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면서 엔화 추락 속도도 가팔라졌다. 일본 엔화는 전일 대비 0.58% 오른 달러당 145.25엔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145엔을 기록한 것은 1998년 8월 이후 24년만으로, 이후엔 147엔선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점쳐진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날 장 시작 이전 외환당국이 비상거시금융회의를 개최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수장들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일방적인 쏠림에는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면서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해서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 이후에도 아시아권 통화의 동반 약세, 역내외 달러 매수 포지션이 몰리면서 환율은 1410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외환시장에선 이 같은 환율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말 1500원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당초 올 3분기를 환율 고점으로 봤는데 1400원을 돌파한 만큼 내년초까지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면서 “우선 지금 상황에서 환율 상단치는 1500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72억5800만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