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하우스푸어` 심각..5명 중 1명은 깡통주택 산다

집 팔아도 대출 못갚는 집 약 1000만가구
매매심리 위축..주택시장 회복 더딘 이유
  • 등록 2014-05-21 오후 4:26:07

    수정 2014-05-21 오후 4:26:07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미국 애틀란타 인근 클레이튼 카운티에 거주하는 50세 주부 패트리샤 맥커천 씨는 집을 사는데 11만9000달러(약 1억2200만원)를 대출받았다. 그러나 현재 집값은 7만달러에 불과하다. 집을 팔아도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이사는 엄두도 못 내던 끝에 겨우 폴딩카운티에 새 거처를 마련했다. 맥커천 씨는 “집을 파는 대신 세를 놓기로 했다”며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택시장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갚아야 할 대출금에 비해 현재 주택가치가 더 낮은 상태인 집, 이른 바 ‘깡통주택’에 사는 가구가 약 1000만가구에 달한다.

이는 집을 팔아도 대출을 상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하우스푸어(House Poor·저금리를 바탕으로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지만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다. 주택시장 회복세가 더딜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미국 주택 보유자 중 18.8%(970만가구)가 하우스푸어 신세다. 최고점이었던 지난 2012년 1분기 31.4%나 지난해 4분기 19.4%보다는 분명 개선된 수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지역별로 보면 하우스푸어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곳에 집중됐다. 주요 대도시들 가운데 라스베이거스(33.9%)와 애틀란타(33.6%)는 3명 중 1명 이상이 하우스푸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란도, 시카고, 템파의 하우스푸어 비율도 30%에 육박했다.

하우스푸어들이 순수하게 보유하고 있는 주택 가치는 집값의 20% 이하에 불과하고 나머지 80% 이상은 대출이라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집값이 떨어진 상태에서 은행예금을 축내지 않고는 집을 처분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사를 계획하는 대부분 주택보유자들은 일반적으로 중개수수료, 새로 이사갈 집의 계약금 등을 마련하는데 현재 주택의 처분가치를 활용한다.

스탠 험프리스 질로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역자산(negative equity·담보를 잡힌 주택의 가격이 갚아야 할 대출금 액수보다 낮은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공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도시별 하우스푸어 비율 추이(2014년 1분기 기준, 자료: 질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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