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은 29일 지난 1월 취임 이후 2차 조직개편을 통해 지사 광역화와 함께 무선채널영업을 강화했다. 이석채 전 회장이 자신 있게 도입한 ‘페어프라이스(Fair Price, 공정가격표시)’ 정책이 KT 유통망을 붕괴시켰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가운데, 황 회장은 일선 영업 담당 임원의 책임성을 높여 실적을 만회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황창규 회장은 윤리경영실 내사를 통해 이석채 전 회장 횡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 임원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조하는 황 회장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황 회장은 기존 236개 지사를 통합해 79개로 광역화하면서, 지사 하부 조직으로 181개 지점을 신설했다. 그간 지사장으로는 상무보 직급과 부장 직급이 함께 근무했는데, 이번 개편으로 부장급 지사장들은 상무보 지사장 산하의 지점으로 배치됐다.
또한 황 회장은 △유선채널담당만 있었던 지역고객본부에 무선채널담당(상무보급)을 신설했으며 △수도권강남본부, 수도권강북본부, 충남본부 등 4개 지역본부장에게 KT 전국유통망을 관리하게 해 전·남북이나 제주본부에서 관리 받던 대리점들도 KT 도움을 받아 수도권이나 충남 쪽으로 세력을 확대하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했다.
KT 한 임원은 “이 전 회장이 페어프라이스 같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정책을 밀어붙였다”면서 “하지만 황 회장은 현장에서 영업하는 상무보들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무선영업의 실행력을 높이며, 대리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화·광역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단독 영업 기간 중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30% 를 탈환하기 위해 조직 안정화에도 힘쓰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인 8300여 명 직원의 퇴직처리와 함께, 자의든 타의든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비리 사건에 연루된 임원들에 대한 인사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비서실장 출신인 A씨는 퇴사했고, 대외협력부서에서 근무했던 B씨도 자회사 계약직으로 전보 발령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KT노동조합위원장 선거 이후 소폭이나마 추가적인 현장 조직개편도 예상된다. KT 한 임원은 “236개 지사를 79개로 광역화하면서 영업조직을 효율화했지만 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면서 “KT는 지역본부별로 노조도 있어 당장 줄이기 쉽지 않다. 11월 노조 선거 이후 추가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