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한국가스공사(036460)가 도시가스 사업자에 공급하는 가격이 가스공사가 들여오는 수입 원가의 4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부처가 물가 안정과 에너지 위기 사이에서 10월 도시가스 인상 폭을 고심 중인 가운데, 가스산업계에선 이번에 큰 폭 인상을 통해 앞으로의 부담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사진=가스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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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가스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공급가는 원가의 4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해외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100원에 사왔다면 도시가스 사업자에 40원에 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례없는 국제 천연가스 현물시세 폭등 때문이다. 동북아 현물시세(JKM)는 2020년 평균 1mmbtu당 3.8달러였으나 지난해 15달러로 4배가량 늘었고 올 1~8월엔 다시 31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9월 들어선 다시 두 배 이상 오른 6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연 4000만t에 이르는 LNG 국내 도입의 약 80%를 맡은 가스공사는 도입 물량의 4분의 3은 국제 천연가스 시세 단기 변동과 무관하게 국제유가와 연동해 가격 변동 폭이 작은 장기계약을 통해 들여오지만, 나머지 4분의 1은 수급 상황에 따라 현물시장에서 사 온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을 앞둔 현물시세 급등은 곧 가스공사의 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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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원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나 가격 인상 폭은 이에 못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민수용 도시가스 원료비 정산단가를 5월과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1메가줄(MJ)당 2.30원 올리고 이 과정에서 기준원료비도 일부 인상했으나 정부와 가스공사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률을 4% 수준으로 묶었다. 독일이 3.5배, 영국이 2.8배, 유럽연합(EU) 27국이 평균 1.8배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현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가스공사가 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만큼 10월에 정산단가 인상 외에 기준원료비도 충분히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도시가스 판매 손실을 미수금으로 처리해 놓고 매년 정산단가 조정을 통해 보전하는데, 이 미수금이 천정부지로 늘어나며 미래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올 8월 말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재무건전화 추진 계획에서 지난해 말 1조7000억원이던 미수금 규모가 올 연말 7조9000억원, 내년 중엔 12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시 국제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 때의 미수금 5조500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당시 미수금은 10년이 지난 2017년에야 회수를 마친 걸 고려하면 미수금 증가를 내버려둘 땐 미래 세대에까지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전일 본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도시가스 요금 조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회사는 올 11월 초순께 전국 77개 탱크를 가득 채울 물량을 확보하는 등 수급 위기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도시가스 요금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공공성 기능을 수행해 왔으나 최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가 부담을 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제 에너지 정세가 유례없는 상황이 된 만큼 (정부도) 종전 정책을 답습하기보단 근본적이고 새로운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서울 한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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