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제기’ 표절의혹 반박한 업체, “끝까지 대응” 시사하다 사과

김영하,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 ‘롱블랙’에 유사 의혹 제기
롱블랙 “구성원 명예 훼손하는 주장…책 읽은 에디터 없어”
“한 차례 김 작가 측에 해명 전달했지만 일방적 사과 요구”
“하지 않은 표절 사과 못 해” 입장 밝혔다가 “사과드린다”
  • 등록 2024-08-02 오후 6:48:07

    수정 2024-08-02 오후 6:48:07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김영하 작가가 자신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 속 문장과 유사하다며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 ‘롱블랙’ 측에 공개적으로 유사성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임미진 롱블랙 대표가 사과했다.

소설가 김영하가 2020년 2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작별인사 출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 작가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롱블랙이 유료 구독자들에 보낸 뉴스레터 캡처 사진을 올린 뒤 해당 내용이 ‘여행의 이유’ 93쪽에 나오는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는 문장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김 작가가 문제를 제기한 뉴스레터는 지난달 22일 롱블랙이 유료 회원들에게 보낸 ‘사유위크 특집’ 안내 메일의 일부로 “인생의 난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일 겁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임 대표는 롱블랙 공식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김 작가의 의혹 제기는 “롱블랙 브랜드와 콘텐츠팀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주장”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진상을 파악한 결과 “이번 사유위크 소개 글을 작성한 콘텐츠팀 리드와 에디터는 모두 해당 책을 읽지 않았다”며 “일상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날 때는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라는 표현은 이 테마에 집중해 여행의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표현이 도출된 과정은 저희 팀의 협업 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작가님의 글을 활용하고자 했다면 출처를 밝히고 인용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뉴스레터 작성 과정 등 해명 내용을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김 작가 측에 전달했음에도 일방적인 사과 요구를 받았다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이후 업커밍스토리즈 실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이행하지 않으면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며 “무슨 근거로 거듭 사과를 요구하는지에 대해 질문했으나 (31일 오후 4시 1분) 문자로 받은 입장은 ‘오늘 오후 5시까지 저희가 요구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면 이에 대해 공론화해 문제를 풀 수밖에 없을 듯하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롱블랙 팀의 명예를 걸고 작가님의 글을 표절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표절에 대해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를 약속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작가님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저희 롱블랙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의 명예를 걸고 끝까지 대응할 계획”이라고 적었다. 또 김 작가를 향해 “저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왜 이 문제를 일방적으로 공론화했는지 설명해달라”며 문제를 제기한 게시물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작가는 자신의 SNS 댓글을 통해 “무슨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저한테 ‘그냥 죄송하다. 실수였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사과만 하면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며 ‘정말 조용히 살고 싶다’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한 누리꾼이 댓글로 “(뉴스레터를) 쓴 분께서 읽었던 글이 축적되었다가 우연히 자기 문장처럼 나올 수 있을 듯하다. 그냥 그렇다고 사과하면 될 일이었을 듯한데 롱블랙 구독자로서 아쉽다”고 하자 김 작가는 “그 책을 아예 읽은 적이 없다고 했다. 논의를 한 팀 전체가. 정말 놀라운 우연”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이후 임 대표는 돌연 사과문을 올리고 “의도와 무관하게,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문장이었다”며 “작가님을 포함해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 앞으로 콘텐츠를 기획, 제작, 발행 및 홍보하는 모든 과정에서 검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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