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방통위 직무 도와달라"..기업서 맞고, 내부도 갈등

LG유플러스 방통위 조사 거부에 방통위 부위원장 긴급 간담회 주재
기자단 브리핑 늦고 방통위 공식 입장으로 발표도 못해
공권력 도전 여론에 LG유플러스 사실조사 받기로
  • 등록 2016-06-03 오후 3:56:33

    수정 2016-06-03 오후 6:24:1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에 관련해 근거 없이 의심과 권위를 훼손하면 손해는 누가 보겠습니까? 여기는 규제기구, 공익기구입니다.”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부위원장이 3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방통위는 국민 권익에 봉사하는 정책기구인데 권위를 근거 없이 훼손하면 업무수행이 어렵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최성준 위원장의 프랑스·독일 출장 와중에 상임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LG유플러스의 방통위 사실조사 거부 사건 ▲카카오톡에서 사적으로 공유하는 문서 URL의 다음 검색 노출 사건 ▲KBS의 스포츠 중계권 방통위 개입 필요성 주장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방통위 출범 이후 부위원장이 간담회를 소집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방통위 위상을 무너뜨리는 여러 행위들이 발생해 상임위원들이 긴급하게 모여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김재홍 부위원장, 김석진 위원, 고삼석 위원이 참여했다. 이기주 위원은 외부 일정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세 명의 상임위원들은 법인폰 일반유통의 단말기유통법 위반 혐의에 대한 LG유플러스(032640) 단독 사실조사는 최성준 위원장도 해외 출장 전에 보고받고 상임위원들도 동의한 것으로, 적법한 조치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당한 공무 집행에 대해 사업자가 거부하고 망각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면서 “해당 이통사는 거부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거부인지 여부를 해당 사건에 대한 현장조사가 끝나면 심결할 때 논의하게 될 것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법규의 근거에 따라 하는 현장조사를 방해하거나 저지하면 또 하나의 금지행위 사유여서 심결할 때 가중처벌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의 사실조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7일 전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게 아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불시에 할 수 있다”며 “왜 LG유플러스만 단독조사하느냐는 근거를 알려줄 법적 의무는 없지만 (우리는) 사실조사 전 실태점검에서 판매점 개별 정보사항은 다 지우고 내용만 열람토록 했고, 지금은 그 사업자가 조사에 응하겠다고 승복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방통위의 사실조사를 거부했던 LG유플러스는 이날 “방통위로부터 납득할만 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 오해를 풀었다”며 “오늘부터 방통위 조사 활동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김석진, 고삼석 등 3명의 상임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카카오(035720)의 카톡 문서 검색 노출 사건에 대해서는 공유된 문서가 개인정보를 지운 것으로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유출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KBS의 스포츠중계권 방통위 개입 요구에 대해서는 일단 방송사들의 자율영역이고 방송이 제대로 안 돼 방송중단이라는 시청자 권익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방통위가 나서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날 논의된 현안의 비중에 비해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거나 여야 추천 합의제 규제기구의 위상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오늘 부위원장은 위원장 직무 대리 자격으로 상임위원 티타임을 주재하고 기자브리핑을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김재홍 부위원장은 “오늘의 논의를 방통위 공식결정이나 합의로 쓰는 것은 거리가 있다. 긴급 사안이 터져 회의하고 의견을 모아 설명드리는 것”이라고 수위를 낮췄다. 방통위 대변인실에서도 “이번 간담회 결과는 방통위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브리핑 시간을 늑장 공지해서 빈축을 샀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상임위원 긴급간담회가 끝난 게 11시 반쯤인데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의견이 모아져 기자단 브리핑을 하기로 했지만 많이 늦어진 감이 있는 것 같다”고 사과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LG유플러스가 정부의 현장조사를 공식으로 거부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고 유례가 없었던 일인데 방통위 내부에서는 심각성을 느끼는 온도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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