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은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대체인력은 뽑지 않겠다고 했다. 육아휴직기간 동안 대신 일을 떠안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복귀를 앞당기는 데 한몫했다.
우리나라 직장인 상당수는 직장 내 눈치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유연한 근무제나 육아휴직 활성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사용을 독려하지만 기업 현장은 요지부동이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회사내 분위기 때문에 육아휴직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일-가정 양립에 인색한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정책적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육아휴직…정규직·고소득 ‘그들만의 리그’
정부가 일·가정양립정책에 대한 국민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직장인 68.8%는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일·가정 지원제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직장 내 분위기’를 꼽았다. 경제적인 부담(26.6%)은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리서치앤리서치가 올 9월 19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9~5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은 일·가정 양립 정책에 대한 필요하냐는 질문에 90.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가정 양립 제도는 출산휴가·육아휴직의 정착(32.5%)이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친화경영 확산(31.3%) △돌봄서비스 확충(18.4%) △남성들의 육아참여 활성화(17.2%) 등의 순이었다.
일·가정 양립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정규직(78.9%)이 비정규직(74.6%)에 비해 높았다. 가구소득별로도 △200만원 이하(70.7%), △500만원 이하 75.4% △800만원 이하(83.4%) △800만원 이상(87.7%) 등 소득이 높을수록 정부 출산·육아휴직 지원 제도에 대해 잘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기업의 규모가 50명 이하의 소기업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일·가정 양립정책의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앞으로 중소기업이 관련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현장 밀착형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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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강제해 대체인력 채용과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9월말 기준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는 5398명이다. 전체 육아휴직자(6만 7873명) 중 7.9% 비중이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최근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100명 중 92명은 여성이라는 얘기다. 아직 독일(32%), 노르웨이(21%)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내년 7월부터는 둘째 자녀에 한해 ‘아빠의 달’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이 현행 150만원에서 월 200만원으로 50만원 오르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현준(가명·37)씨는 “한달에 50만원을 더 준다고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은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에서는 육아휴직자에 대한 대체인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면 다른 사람에게 업무가 그대로 전가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기획단장은 “비자발적인 만혼화와 비혼화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적 가족문화와 직장 문화의 조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일가정양립 지원책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수혜률이 낮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정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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