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진상조사위 "警 초동조치 미흡과 법·제도 허점, 가정폭력이 살인까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가정폭력 진정사건 조사
"경찰 초기대응, 가정폭력 재발 막을 수 있어"
"법·제도 상 문제로 피해자 보호에 허점"
  • 등록 2019-07-11 오후 12:12:58

    수정 2019-07-11 오후 12:12:58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 모 씨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의 사례처럼 가정폭력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경찰의 초동 조치 미흡이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의 지적이 나왔다.

“경찰의 초기대응, 가정폭력 재발 판가름”

진상조사위는 가정폭력 피해의 심각성과 경찰 초기 대응의 중요성, 가정폭력 사건의 법·제도적 한계 등 세 가지 배경에서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고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제도·정책 개선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진상조사위 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가정폭력으로 112 신고가 이뤄지는 건수는 매년 20만건 이상이고, 2017년에는 28만건에 육박했다. 당시 여성긴급전화(1366)를 통해 이뤄진 상담 28만9000건 중 절반 이상인 18만여건이 가정폭력에 관한 사안이기도 했다.

이처럼 가정폭력이 갈수록 문제시 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게 진상조사위의 판단이다.

진상조사위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112 신고센터로, 출동 경찰의 대응 양태는 ‘피해자들에게 위험상황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고 범죄가 중단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가, 아니면 경찰에 대한 불신을 갖고 가해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을 주는가’와 직결된다”며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도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 폭력행위를 중단하게 하거나 반대로 ‘별일 아니다’라는 인식을 남겨 가정폭력을 지속 또는 반복하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과 제도적인 한계 탓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어렵고, 이에 따라 실효성 있는 예방조치가 힘들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설명이다. 현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피해자보호조치를 위해선 ‘경찰 신청→검사 청구→법원 결정→경찰 집행’의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다. 가해자에 대한 수사·처벌과 무관한 피해자보호조치가 형법 및 형사소송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를 시의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 제도상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된 24만8660건 중 입건 처리된 건수는 4만1720건(16.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형사적으로 입건되지 않고 있다. 또한 길게는 10일이 넘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위한 절차를 밟는 시간적 공백이 발생한다. 결국 가해자가 입건되지 않고 종결되는 대다수 사건의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받지 못해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가정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라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주관 부처인 법무부 및 입법부의 현행 법·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사건, 경찰관 핵심 직무임을 분명하게 해야”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가정폭력사건에 관한 업무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명시된 경찰의 핵심 직무임을 경찰관들이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경찰청 예규인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해 가정폭력사건에서 경찰의 책무는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보호임을 분명히 하고 경찰의 모든 대응 과정이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과 더불어 언어장벽에 따른 보호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통역 인력 양성 및 관리 체계 수립 등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에 대한 초기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출동 경찰관이 가정폭력을 이해하고 사건처리 업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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