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19~39세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을 타겟으로 한 전국단위 첫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3만3570명이 조사에 참여해 2만1360명이 응답했고 이 중 위험군으로 보이는 1만2105명을 심층조사해 8874명의 최종응답을 받았다.
고립청년은 사회활동(외출)이 현저히 줄어 취약한 상태지만 긴급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청년으로 현재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둔청년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제한된 주거공간에 자신을 가둔 청년으로 24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 응답자 가운데 여성(72.3%)이 남성(27.7%)의 약 2.6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의 책임연구자인 김성아 보사연 박사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비율이 여성에서 더 높을 수 있다”며 “또 직접 링크를 통해 접속해서 응답하려는 최소한의 활력이 여성에서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10명 중 6명(60.5%)은 20대에 고립·은둔을 시작했다. 더러는 10대(23.8%)나 30대(15.7%) 때 시작하기도 했다. 대학교 졸업자(75.4%)가 가장 많았고, 이후 고등학교 졸업(18.2%), 대학원 이상(5.6%), 중학교 졸업 이하(0.8%) 순이었다.
이들은 고립·은둔 기간은 1~3년이 26.3%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3~5년 미만(16%) △3개월 미만(15.4%) △6개월~1년 미만(13.6%) △5~10년 미만 12.7% △3~6개월(9.9%) 등이 이었다. 10년 이상도 6.1%나 됐다. 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살생각(75.4%)이나 시도(26.7%)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10년 이상 고립·은둔 기간을 보낸 이들 중 89%가 자살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자살시도도 41.9%나 경험했다.
이들은 고립·은둔을 시작한 이유로 △취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등을 꼽았다. 10대 때 숨기 시작했다는 응답자가 꼽은 이유에서는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이 세 번째로 높았다.
이들은 외부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로 △몰라서(28.5%) △비용 부담 때문에(11.9%) △지원기관이 없어서(10.5%) 등을 꼽았다. 필요한 도움(중복 응답)으로는 경제적 지원(88.7%)을 가장 많이 택했다. 취업 및 일 경험 지원, 혼자 하는 활동 지원 등도 80% 넘게 꼽았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우선 비대면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 창구’를 내년 하반기 마련해 고립·은둔 청년을 상시 발굴한다. 복지부 소관 공공사이트에는 자가진단시스템을 마련해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한다.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에 청년 항목을 신설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도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
이렇게 발굴된 고립·은둔 청년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청년미래센터(가칭)’가 운영된다. 전담 사례관리사가 도움을 요청한 청년들을 만나 심리상담, 대인접촉 확대 등 일상회복, 가족·대인관계 회복, 일 경험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번 심층조사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한 1903명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고립·은둔 청년은 기존에 운영 중인 ‘청년마음건강 서비스’의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일상돌봄 서비스’를 통해 돌봄·가사·식사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화형 매입임대제도를 통해 이들의 공동생활·커뮤니티 공간 마련도 돕는다.
학교 폭력이나 부적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는 올해 96곳에서 내년 248곳으로 늘린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도 내년부터 고립·은둔 전담인력을 36명 배치한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회사 적응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청년성장프로젝트’를 신설한다.
청년들이 취업 초기 직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과 힘을 합쳐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기업 경영자는 청년친화적 조직문화를 배우고, 청년은 조직 내 성장방법과 소통·협업 등을 배운다. 내년 44억원을 투입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