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해외 22개 선주들을 대상으로 3년반 동안 지급해야 할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5300억원, 21.2% 가량을 조정키로 했다. 이중 절반인 2700억원은 신주로 발행해 선주들에게 줘야 하니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나머지 2600억원은 장기채권으로 전환해 수 년에 걸쳐 나눠 지급키로 해 실제로 용선료가 깎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상선 구조조정에서 용선료 인하는 채권단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의 핵심 전제 조건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용선료는 반드시 깎여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대상선 용선료는 깎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이를 수용했다. 현대상선이 넉달여에 걸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 정도 합의면 당초 의도했던 성과를 달성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도 당초 제시된 원칙이 지켜는 것 같지는 않다. 한진해운은 용선료를 30% 깎더라도 부족자금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부족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자율협약이 진행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로 인해 어느 때보다 구조조정의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칙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터라 과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