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1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 |
글로벌 경제·정치 분야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선진국들이 앞다퉈 벌이는 역외금융 행각을 폭로했다. 단순 절세 얘기를 벗어난다.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부상한 조세피난처와 역외체제에 대한 고발이다. 지난 100여년에 걸쳐 세계금융자본에 끼친 해악을 파헤친다. 주장은 한 마디로 이렇다. “범죄자들이 암약하는 지하세계와 금융엘리트들, 외교·정보세력과 다국적기업들이 역외체제를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조세피난처들이 이미 글로벌 경제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당연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하는 주범도 된다. 조세피난처는 다국적기업과 슈퍼리치들이 앞다퉈 탈세·거래조작 등을 벌이는 주무대이기 때문이다.
역외시장은 한때 마약·도박 등 조직범죄와 관련된 돈이 은밀히 거래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마존 같은 세계적 기업도 공개적으로 이용할 만큼 보편화된 자금운용법으로 통한다. 사실 조세피난처는 비밀주의 사법체제와 동의어다. 조세회피뿐만 아니라 비밀주의도 가능하고, 다른 주권국의 법규정까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어서다. 한마디로 탈세의 치외법권이란 거다.
100년 탈세사 시작점을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개척자로 꼽히는 영국 베스티 형제로 봤다. 1차대전을 거치며 영국이 자국민 해외소득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하자 형제는 당국과 끊임없이 싸움을 벌였다. 전통적인 `비밀금고`의 대명사인 스위스도 빠지지 않는다. 2차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유대인의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은행비밀주의는 그저 신화에 불과하다고 폭로한다. 도리어 제국주의에 둘러싸인 스위스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이었다는 거다.
국가별 부패순위를 조사할 때마다 `가장 깨끗한 나라`로 분류되는 나라가 미국·영국·스위스라 했는가.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허위적인가는 다음 통계에서 드러난다. 금융비밀주의를 비판하는 전문가모임인 조세정의네트워크가 2009년 `금융비밀주의지수`를 집계했더니 미국·룩셈부르크·스위스·케이맨제도(카리브해 한복판에 위치한 섬나라)·영국이 5위까지 싹쓸이를 했다.
`보물섬`. 그럴 듯한 제목이다. `Treasure Islands`란 원제 그대로를 번역했다. 해적보다 더한 악당들이 포진해 있는 현실판 무법지대란 의미를 씌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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