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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세계전략포럼 제4의 길 : 융합과 연결을 넘어’(WSF 2017)에서 “장난감과 대화를 하고 반려견을 자식처럼 여기듯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놀라운 능력 때문에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로봇이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되기까지는 갈 일이 멀다고 말했다. 실제 인간과 로봇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원천적으로 다르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분산해서 저장하고 축적한 정보에 따라 뇌 자체가 변형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음악가의 뇌와 수학자의 뇌는 전혀 달라서 뇌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누구의 뇌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컴퓨터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분리돼 질서정연하게 저장된다.
20세기 과학자들은 로봇, 즉 AI를 인간처럼 사고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해’라는 단계를 넘어가지 못해 많은 실패를 반복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많은 정보를 로봇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라는 단계를 건너뛰어도 ‘분석’과 ‘판단’이라는 행동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정 교수는 “알파고가 바둑 룰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세돌을 이길 수 있게 된 배경”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욱 사람의 뇌와 닮아가며 공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AI의 발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당면한 과제는 일자리 지형도의 변화이다. 로봇이 호텔이나 호스피스 등에서 일하게 된다면 당연히 거기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실업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 보다는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내가 하는 일 중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내가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