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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은 구글이 HTC와 인수협상을 벌여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HTC는 이날 “내일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구글이 HTC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은 최근 업계에 파다했다. 구글은 작년 직접 기획한 첫 스마트폰 ‘픽셀’, ‘픽셀XL’을 HTC를 통해 위탁생산하면서 HTC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내달 초에 내는 후속작 ‘픽셀2(5인치)’도 HTC와 함께 한다. ‘픽셀 XL2(6인치)’는 LG전자(066570)를 통해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은 이번이 ‘재수’다. 2011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약 13조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2년 만에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3조원으로 쓰라린 실패를 맛본 것. 이미 삼성과 애플 양강 체제가 공고한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던 모토로라 브랜드로 벽을 뚫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3년 만에 또 다시 HTC를 인수하게 된 것은 스마트폰 자체보다는 AI, IoT 등 4차산업 시대 차세대 서비스를 위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점유율이 95%에 달하면서 사실상 세계 스마트폰 업계를 쥐락펴락하고 있지만 구글은 제조 역량이 없다시피 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이번 인수를 통해 단기적으로 북미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 애플을 제외한 화웨이 등의 점유율 확대를 견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AI, IoT,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위한 핵심 디바이스로 진화하는 추세에서 구글홈과 연계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 확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의 관심이 스마트폰과 이를 통해 연결되는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자사의 AI 음성엔진 제휴를 맺었고 삼성전자는 올해 인수한 ‘하만’을 통해 AI 스피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HTC가 강점을 갖고 있는 가상현실(VR) 서비스 ‘바이브’를 노렸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인수가 HTC의 VR 사업까지 포함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글은 VR, 증강현실(AR) 서비스 ‘데이드림’을 통해 이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HTC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HTC의 낮은 시장점유율과 기술적 리더십이 부재한 점을 감안하면 픽셀폰만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스마트폰 제조보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장 차원의 VR, AR,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관련 초기의 R&D 제조 능력 확보 차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