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잃은 나이지리아 父 "창문 깨려고 했는데.."

  • 등록 2023-03-29 오후 1:57:11

    수정 2023-03-29 오후 1:57:11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4남매가 숨진 가운데 아버지 A씨가 “먼저 탈출한 뒤 창문을 깨고 아이들을 탈출시키려고 했는데 실패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숨진 남매들의 아버지인 50대 A씨를 전날 대면조사한 결과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 화재 현장에서 27일 오전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27일 오전 3시 28분께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1층 A씨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집에는 A씨 부부와 자녀 5명 등 모두 7명이 있었다. 화재를 발견한 A씨는 2살 막내딸은 대피시켰으나 11세·4세 딸과 7세·6세 아들은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남매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한 결과 “화재 연기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받았다. 숨진 남매의 시신에서는 외상 등 다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대면조사에서 “잠결에 보니 현관문 근처 멀티탭에서 스파크가 나면서 불이 붙었고,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였다”며 “안방 문을 두드려 이 사실을 알린 뒤 밖으로 나와 주먹으로 창문을 깨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씨가 창문을 일부 깨긴 했으나 불길이 치솟는 상황인데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A씨를 만류하면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는 대피 과정에서 화상 등을 입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아내 B씨는 허리 등에 큰 부상을 입은 데다 자녀들을 잃은 슬픔이 커 공황증세를 보이는 등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A씨의 진술만 확보했고 B씨는 건강과 마음을 더 추스른 뒤에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탈출한 경로가 달라 정확한 경위는 B씨의 진술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해당 지역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인근에 고려인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주로 살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국적의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안산시는 긴급지원금을 마련해 장례비용 및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산시는 또 사단법인 안산희망재단을 이번 화재 피해 관련 공식 모금 창구로 지정해 지난 28일 오전부터 성금을 접수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도음으로 숨진 4남매의 빈소도 마련됐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인 ‘국경 없는 마을’ 대표 박천응 목사는 피해지원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치료 중인 A씨 부부의 동의를 얻어 안산 군자 장례식장에 숨진 아이들의 빈소를 차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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