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가 창간 136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를 5일(현지시간)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에 인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WP는 1877년 민주당계 기관지로 창간한 후 1899년 한 차례 매각을 거쳐 보수적 신문으로 성장했다.
이후 1933년 금융업자 유진 마이어가 인수하면서 독자 확보에 성공했고 1946년부터 마이어 사위 필립 그레이엄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그레이엄 집안이 소유해왔다.
지난 1973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하야에 결정적 역할을 한 WP는 그해 퓰리처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2008년에만 6개를 비롯해 지금까지 무려 47개의 퓰리처상을 받는 등 WP는 미국 정치·정책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WP는 워터게이트 시대 미국 역사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지만 온라인 뉴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처지로 전락했다.
WP의 CEO 도널드 그레이엄은 “7년째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서 지난해말 매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WP는 종이신문 판매부수 감소와 광고 실적에 따른 경영난을 겪어왔다. 최근 수년간은 여러 차례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지난해에는 편집장까지 교체했다. 올 들어서는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있는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WP는 지난 2분기 매출 10억200만달러, 순이익 447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 늘었지만 순이익은 14% 줄었다.
◇베조스 ‘전방위 투자’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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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규모는 올해 현재 252억 달러로 포브스지 선정 세계 19위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2013년 세계 100대 CEO’ 순위에서는 고(故) 스티브 잡스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포천지는 그를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명문 프린스턴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월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혁신에 대한 열망 때문에 결국 월가를 떠났다.
월가를 떠난 뒤 당시만 해도 신생 분야인 IT산업에 뛰어들었고 워싱턴주(州) 시애틀에서 혈혈단신으로 아마존닷컴을 창립했다.
이후 십여 년 만에 온라인 유통업계를 장악하고는 우주로 관심을 돌려 2000년에는 우주항공벤처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먼 훗날 우주 공간에 놀이동산과 호텔을 짓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비록 2011년 개발한 첫 우주선은 시험비행에 실패했지만, 그의 우주 사랑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닷컴의 흑자 규모는 6억1000만 달러로 올해 37%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베조스의 도전정신과 경영능력이 과연 경영난에 시달려온 올드미디어 ‘부활’에도 위력을 발휘할지 미디어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WP 인수의 진정한 승리자는 버핏
베조스가 WP를 인수해 새 주인이 됐지만 진정한 투자의 성공은 WP를 포함하는 워싱턴포스트사(社)의 최대 주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날 버핏이 ‘투자의 달인’답게 워싱턴포스트컴퍼니에 장기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버핏은 1973년부터 워싱턴포스트사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해 2004년에는 170만주로 늘어났다.
이 기간 총 투자액은 1100만 달러이며 그가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워싱턴 포스트사의 최대 주주이다.
이 회사 주가는 현재 598달러 수준이어서 버핏의 주식재산은 10억1000만 달러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5% 급등했다. 1100만 달러의 투자를 감안하면 무려 9080%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버핏은 WP 이사직을 2011년까지 25년간 맡았다.
버핏은 2001년 신문업계 투자자들이 장기적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으나 최근 2년간 중소도시의 신문사를 대거 인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