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이자 생산기지이기도 한 중국에서 짐을 싸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장기화에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치안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미국과 인도 등으로 해외 거점을 이전하며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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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전망도 어둡다. 일본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1760개 기업 중 60%가 “현재 중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칭다오에서 개최한 외국인 기업유치 관련 컨퍼런스에서 인터뷰한 6명의 일본 기업 고위 경영진 중 올해와 내년 경제를 낙관하며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은 일본의 수출 우선 순위에서도 밀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미만으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견줘 중국만 나 홀로 7%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4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일본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일본과 중국의 경제 교류가 느슨해진 건 양국이 영토 분쟁을 놓고 긴장 관계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중국 군용기와 해훈 함정이 일본 영공과 영해를 침범하는 등 양국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중국 내 일본인들 치안 문제가 악화하고 있는 것도 일본 기업들이 현지 사업을 접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난 6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하교하는 자녀를 맞으러 나간 일본인 모자가 흉기에 찔려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초에는 일본인 제약회사 임원이 현지에 구금되는 등 중국 내 일본인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부문의 첨단기술 수출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에 동참을 요청한 데 대해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한 점도 일본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야시타 마사미 일본·중국 경제협회 총책임자는 “기업들은 현재 손실을 막기 위해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며 “지금은 (중국에)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일본 기업들은 중국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 홀딩스는 지난해 초 500억엔(약 4680억원) 이상을 투자 계획을 내놓고 새 가전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고베 철강은 최근 중국기업과 합작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양국 경제 관계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학의 글로벌 정치경제학 교수는 “일본 기업들은 중국 경제가 즉각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지정학적 우려와 투명성 부족과 같은 다른 요인들로 인해 예전처럼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