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전기통신사업법) 상 이통사들이 수사기관 정보 제공 여부를 고객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이 수사기관에 고객정보를 넘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통3사에 위자료 지급 판결을 하는 등 논란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여연대 등은 알려주지 않으면 위자료를 청구하고,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돕는다는 방침이어서 하루속히 법·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미비…통신사들, 예측가능성 줬으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이용자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 시 통지 의무를 주는 것과 달리, 별다른 규정이 없다. 2013년 변재일 의원(새정치연합) 등이 법적인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 통비법에서 처럼 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수사기관 제공 이후 30일 이내에 그러한 사실과 내용을 정보제공의 대상인 해당 개인에게 통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개정안에는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요청 시 원칙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한편△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과 같은 ‘통신자료요청자’는 정보를 제공 받은 후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그러한 사실 및 관련 내용을 정보제공의 대상인 해당 개인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예측가능성이라도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통사 입장에선 정부 눈치로 수사기관 고객정보 제공 기록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낸 다음카카오나 네이버처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참여연대와 오픈넷은 법원 판결에 힘입어 이용자들이 이통사들에 의해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넘겨졌는지를 문의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이동통신 이용자는 자신이 가입한 이통사에 전화해 통신자료제공이 있었는지를 문의하고 이를 알려주지 않을 경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오픈넷 측은 “이번 판결의 적용을 받게 될 이용자들의 숫자는 전체 국민의 20%가 넘는다”면서 “이통사들은 지금까지 가입자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사실이 있는지 문의해도 ‘비공개대상’이라며 거부해왔다”며 “이번 고등법원판결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상의 없이 수사기관에 제공하고도 그 사실을 은폐해 온 이통사들에 철퇴를 내린 것”이라고 평했다.
또 “작년 12월 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인 정청래 의원과 함께 통신자료제공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을 삭제해 영장주의 적용을 받게 하는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빠른시일 내에 통신자료제공제도에 의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받은 국민을 대리해 헌법소원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 1월 19일 서울고등법원(김형두 판사)은 에스케이텔레콤(SKT(017670))케이티(KT(030200))엘지유플러스(LG(003550)U+) 통신사 3사가 가입자들의 요구에도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따라 수사기관에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단해, SK는 건당 30만 원, KT와 LGU+는 각 건당 20만 원씩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2014나2020811)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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