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종태 `구원의 모상`(사진=가나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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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조각가 최종태는 1932년생이다. 1959년 미술계에 등단했다. 그리곤 50년이 넘도록 인물조각만 해왔다. 현대조각이 추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구상에만 몰두했다. 그 중심엔 여인이 있다. 최대한 단순화한 형태와 절제된 선으로 여인의 얼굴과 몸통을 빚어 삶 내면의 인간적 생명력을 담는 데 주력해왔다.
구상조각의 거장 최종태 작가(서울대 명예교수)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4년만이다. `구원의 모상`이란 테마를 붙였다. 아주 오래된, 그래서 영원한 어머니상이란 뜻이다. 채색 목조각을 길잡이 삼아 브론즈, 돌조각 등 40여점을 세웠다. 묵화와 수채화, 파스텔화 20여점도 걸었다. 목조각에 색을 입히고 수채화를 그린 것은 근래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이다. 그간의 파스텔 색조는 원색으로 탈바꿈했다. 입상뿐이던 조각에 좌상이 등장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작가가 빚은 나뭇조각과 돌덩이에 새겨진 형상들은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단 한 가지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거다. 기쁜 듯 슬픈 듯하다. 동그랗게 뜨거나 한 줄로 감은 눈, 가지런한 코와 입은 고요하기만 한데 그 안엔 만감이 흐른다.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여성적`이란 거다. 그에게 `여성`은 수용, 배려, 사랑, 행복과 일맥상통한다.
조각이 여인상 위주인 것도 작가만의 특색이다. 특별한 대상이 있는 것도 의도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아름다움의 끝에 자리잡은 성스러움을 좇았을 뿐이다. 구도하듯 빚은 여인의 얼굴엔 선함과 순수함만 깃든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좋은 얼굴이기도 하다. 진정한 내면이 온전히 드러난 얼굴이다.
| ▲ 최종태 `이인`(사진=가나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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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유난히 기도하는 소녀와 여인이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영향이다. 서울 돈암동 성당, 대치2동 성당 등에 숱한 성모상을 세웠다. 그런데 특이한 건 1999년 성북동 길상사에 제작한 관세음보살상이다. 법정스님과의 인연 때문이다. 당시 길상사 주지 법정스님이 성모상 조각가로 이름을 날리던 그에게 관음상 조성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일화는 유명하다. 작가는 천주교회의 파문까지 걱정했으나 김수환 추기경은 `쿨`하게 문젯거리로조차 삼지 않았고, 법정스님 역시 가톨릭 신자가 세울 관음상에 대해 일절 주문이 없었다고 했다.
서울대 미대 조각가 김종영(1915∼1982), 화가 장욱진(1917∼1990)을 스승으로 모셨다. 두 작가의 장점을 살려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스승은 다 떠나고 홀로 남았지만 팔순의 노작가는 굳이 `청출어람`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세우지 않는 겸손과 다그치지 않은 여유, 그가 세운 깊고 맑은 얼굴들이 대신 말해줄 뿐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1월13일까지다.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