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증시, 간접금융의 희생양-닛케이

  • 등록 2003-03-11 오후 5:00:05

    수정 2003-03-11 오후 5:00:05

[edaily 김윤경기자] 일본 증시는 체질적으로 약세를 띨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이틀 새 20년래 최저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등 급락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전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간접금융(indirect financing)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작용한 것이라고 11일 분석했다. 간접금융이란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금융기관이 개입, 대주와 차주간 자금공급을 중개하는 금융방식을 말한다. 즉, 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개인으로부터 예금·금융채 및 대부신탁 등의 형태로 자금을 흡수해 그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거나 또는 주식 및 사채를 매입하는 금융이다. 간접금융의 경우 투자자와 기업 사이에 개재된 금융기관이 투자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지난 20년대 이래 일본 증권시장의 흐름을 추적해 온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재팬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오카다 야스시는 "일본에는 애당초 증시문화라는 것이 없다"면서 "국가 전체가 리스크를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은행권이 자본을 늘리기 위해 직접금융의 논리를 간점금융에 투입함으로써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즈호홀딩스의 경우 최근 1조엔 규모의 자본확충계획을 밝혔는데 이것이 전형적인 예라고 말한다. 대형 생명보험사와 차용자들은 자본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미즈호홀딩스 신주 매입에 찬성했다. 이러한 관행, 즉 은행은 고객들에게 대출해 주고 고객들이 은행주를 사는 식의 "백파이낸싱(Back Financing)"을 통해 은행의 순자산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은행이 자산 증가효과를 위해 생보사와 상호주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닛케이는 미즈호의 경우 90년대초 금융위기를 탈출한 시티그룹의 예와 상반된다고 전했다. 당시 시티그룹은 대출 참여자들의 경우는 논외로 하고 순수 투자자를 물색했다. 투자자들이 순수 투자 이외의 목적으로 주식을 사게 되면 주가는 기업의 자본이나 수익력(earning power)과는 상관없이 재조정되기 마련이고 이에따라 투자구조가 왜곡된다는 거이 닛케이의 주장이다. 닛케이는 도요타의 경우도 이러한 간접금융의 폐해에 따라 주가가 낮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지난 3년간 세전수익이 60%나 늘어났음에도 불구, 주가는 40% 가까이 내렸다. 도요타의 주가수익률(P/E)은 11배다. 닛코살로먼스미스바니는 이같은 결과는 도요타가 은행과 상호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미국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기업고객들에 대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해 주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은행은 가능한한 파산은 막아내면서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카를로스 곤 회장 하에서 회생에 성공한 닛산은 은행과의 주식 상호보유를 줄이고 차입 역시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닛산은 오는 2005년 3월까지 한 때 2조엔에 육박했던 차입금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닛케이는 닛산의 이러한 의도는 2조엔이라는 사업자금을 잃게 만들어 결국 은행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시장에는 호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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