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낙서를 하고 도망간 용의자는 중국인 남성으로 이미 일본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 낙서가 발견돼 가림막이 쳐진 야스쿠니신사 돌기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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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은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 신사의 돌기둥에 낙서를 한 용의자가 중국으로 출국했다고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사의 수호동물상 인근에서는 중국어로 “세계 인민은 단결하자”, “그러나 너희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벽보도 발견됐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께 낙서를 해 기물 파손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서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온 점에 미뤄 경시청은 촬영자 등 다른 관련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NS에는 한 남성이 돌기둥에 소변을 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빨간색 스프레이로 영어로 ‘toilet(화장실)’이라고 적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경찰은 낙서와 벽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허가 없이 게시한 경범죄 위반 혐의도 들여다 보고 있다.
앞서 일본 경시청은 지난 1일 오전 한 행인이 야스쿠니 신사 이름이 새겨진 돌기둥에서 낙서를 발견하고 근처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벽보는 신사 수호동물상 받침대에 한 장, 다른 한 장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낙서가 발견된 같은 날 오후 7시쯤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일본 우익의 성지로 불린다.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근대 100여 년 동안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됐다. 태평양 전쟁에 강제로 원됐던 한국인 2만여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