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수요가 있는 실수요자에게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보장하겠다던 맞춤형 보육이 제도 취지와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보건복지부가 서둘러 보완대책을 내 놓았다. 다만 보육현장에서는 아동들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업무가 과도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운영계획 보완조치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맞춤형 보육 무용론에 응급처방
복지부는 10일 전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0~2세반 영유아 가구의 이용시간 수요를 조사해 운영계획을 재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된 지 열흘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종일반 아동들이 보장된 12시간을 이용하지 않고 7~8시간 후 하원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종일반 보육료를 인상하면서까지 맞춤형 보육 제도를 굳이 실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김수영 복지부 보육기반과장은 “맞춤형 보육은 장시간 보육을 필요로 하는 아동들에게 충분한 보육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종일반 아동의 부모) 원하는 수요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수요 조사로 종일반 부모들이 어린이집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용시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유아보육법상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육비용을 지원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지원받게 한 자’에 해당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어린이집의 경우 운영기준 위반행위로 위반횟수 및 유형에 따라 운영정지 처분도 가능하다.
◇교사들 “퇴근하기도 벅차요”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원장은”“맞춤반, 종일반을 나눠서 운영할 별도 공간도 없고, 오후 시간대에 맞춤반 아이들이 빠져 나가면 한 반에 한 두명 남아있는 아이들도 있어 연령과 상관없이 통합반을 구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종일반 운영을 위해서는 기존과는 달리 운영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한 교사는 “오후에 종일반 아이들을 볼 때는 보조교사만을 두고 운영할 수 는 없기 때문에 보육·행정적인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며 “담임교사들 업무가 기존보다 훨씬 많아져 퇴근이 늦어지지만, 월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복지부는 어린이집에서 맞춤반 이용아동에 대해서 편법적인 바우처 사용을 유도하는 행위도 금지할 것을 일선 지자체에 전달했다. 다만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적은 맞춤반 학부모의 경우 어린이집 입장을 따를 수 밖에 없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달 11일부터 29일까지 어린이집을 직접 현장 방문해 종일반 이용시간 보장 등 운영계획 수립과 부정행위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시군구청을 통해서도 전수 확인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