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불심검문 경찰의 신분증 미제시, 인권 침해"

"정복 입었어도 경찰 신분증 제시해야"
  • 등록 2021-03-24 오후 12:00:00

    수정 2021-03-24 오후 12: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불가피하게 불심검문을 해야 할 상황이라도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인권위는 경찰이 불심검문 시 검문대상자에게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진정에 대해 일부 사실을 인권침해로 인정하고 A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 주의조치와 소속 경찰관 교육 실시를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은 지난해 8월 경찰관이 자신에게 소속과 성명, 불심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밝히지 않고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불심검문을 한 것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사건 당시 불심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정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불심검문했다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없었고, 관련 의무가 명백히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정복을 착용했다고 해서 그 의무를 예외로 하거나 제시 요구가 있어야만 신분증 제시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불심검문은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관이 불심검문 때 신분을 밝히도록 한 것은 검문 행위가 정당한 경찰활동임을 피검문자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검문절차의 준수 여부에 대한 오해나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검문 전 신분증 제시는 최소 불가결한 절차이고, 이는 국민의 알권리와도 연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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