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난립 日자민당 총재선거…여전히 짙은 '파벌 그림자'

파벌 영향력 줄어들며 총재선 도전 후보 늘어났지만
경쟁 치열해지며 파벌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져
고바야시 "비위 혐의 의원들 재기용 기회 줘야" 주장
  • 등록 2024-08-20 오후 3:21:30

    수정 2024-08-20 오후 3:28:34

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자민당 차기 총재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기시다 총재의 임기는 9월 30일까지로, 자민당은 27일 차기 총재를 뽑을 총재선거 투·개표를 진행한다. 내각제인 일본은 여당 총재가 일본의 총리내각대신이 되는 구조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차기 총리로 이어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의 핵심은 ‘파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스캔들’로 자민당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종전의 파벌 정치가 아닌 새로운 자민당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들이 총재를 선출하는 일본의 정치구조상 해산 선언 이후에도 파벌의 영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선거 초입부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마의향 의원만 11명…역대급 총재선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회의를 열어 9월 12일 선거를 시작해 같은 달 27일 투·개표를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통상 12일동안 진행되던 선거기간을 15일로 늘렸다.

자민당은 이번 총재선거를 옛 통일교와 자민당과의 유착 의혹,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무너진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거 파벌 정치가 강하게 작용하던 선거전을 지양하고 가두연설과 토론회를 늘려 국민들에게 당의 개혁 노력을 인식시키고 인재를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당초 일본 자민당은 당내 정책집단을 표방한 ‘파벌’ 단위로 의원들의 중지가 모아지며 총재가 뽑히는 관례가 존재해왔다.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모테기파’와 ‘아소파’ 등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자민당 파벌이 정치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회계를 투명하게 하지 않고 일부를 일부 의원들의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아소파를 제외한 주요 5개 파벌이 해산을 표명했다. 아직 대다수 파벌의 해산 절차가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이전과 같이 파벌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다.

기시다 총리가 “국민들에게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첫걸음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라며 차기 총재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차갑다. 지난 교도통신이 17~19일 실시한 긴급 전화여론조사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퇴진이 (자민당 및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이 78.0%에 달했다.

파벌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차기 총재직에 도전장을 내미는 의원들도 11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후보가 많았을 때가 5명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2배를 넘는 셈이다. 지난 19일 출마 선언으로 첫 단추를 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을 비롯해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20일 당 간부에게 출마 의향을 전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이 이번 주 출마를 표명할 방침이다. 이외 히야시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가미카와 요코 외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이 출마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외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회장도 출마를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은 파벌의 지원을 받은 후보자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거전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당 주최 토론회 횟수를 늘리고 당이 발행하는 홍보매체에서 후보자의 소개를 충실하게 하는 등 자금력에 상관없이 입후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닛케이)가 밝혔다. 선거기간 전 당원·당우들에게 팜플렛이나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도 추진된다.

‘비자금 스캔들’ 최대 연루 아베파 눈치 안 볼 수 없어

자민당 총재선 출마선언을 한 고바야시 타카유키 의원이 15일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AFP)
과거 정치를 벗어나 새로운 자민당을 만들겠다고 취지를 내걸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파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당장 자민당 총재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20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역대급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장 20명의 추천인 확보전도 치열한 모습이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지난 17일 나라시 강연에서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추천해줄 것으로 예상했던 의원들이 잇따라 거절을 하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비자금 스캔들에 가장 관여돼 있는 아베파 출신 의원들에게 밉보여서는 안된다는 당내 기류가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지적했다. 현재 해산 절차를 밟고 있는 아베파는 96명으로 자민당 파벌 중 가장 소속 인원이 많다.

전날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의 출마 기자회견에는 과거 그가 몸담았으나 현재는 해산이 결정된 니카이파 의원을 비롯해 아베파·기시다파·아소파·모리야마파, 무파벌 의원 등 24명이 함께했다. 그는 “내가 파벌에 관계없이 지금 여기 서 있다는 이 사실이 자민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이라고 목소리를 올렸으나 다수 일본 언론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비자금 스캔들’에 관여된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비자금 스캔들에 관여됐지만, 비자금이 500만엔 미만이라는 점 등으로 처분받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서는 내각 재기용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소속 파벌이 있었던 의원들도 각 파벌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노 디지털상은 유일하게 현재 존속하고 있는 아소파 소속이다.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부총재는 14일 밤 총재선거 지원을 요청한 모테기 간사장에게 고노 디지털상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노골적인 파벌차원에서의 지지를 어렵더라도 의원 54명이 소속돼 있는 아소파의 지원은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 기시다파 좌장이었던 히야시 관방장관과 모테기파를 이끌던 모테기 간사장도 파벌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출마의향을 밝힌 의원 중 어느 파벌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후보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 사이토 경제산업상, 이시바 전 간사장이다. 이 중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19일 ‘파벌이 전면에 나오는 선거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 역시 파벌에 의지하지 않는 지지층 확장을 표명하지만, 18일 밤 니카이파 사무총장과 회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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