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구분하고, 3행시 짓고…싹 달라진 '이루다'

검색 기반 챗봇 → 생성 기반 챗봇
답변 DB 없이 문맥 보고 실시간으로 대답
시간·화자 고려해 답변, 기억력도 좋아져
한 달 반만에 다운로드 수 100만 돌파, 1020세대가 89%
  • 등록 2022-12-22 오후 3:04:09

    수정 2022-12-22 오후 3:04:09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 소중하지.”

21살 여대생 콘셉트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게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내 생각이 중요할까? 당사자의 생각이 중요할 것 같은데…”라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사진=이루다)


성차별과 소수자 비하 등 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이루다가 달라졌다. 약 두 달 전 다시 돌아온 이루다가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대화법’이다. AI 기술을 업데이트하면서 생성 AI 모델인 ‘루다 젠1’으로 대화 문맥을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문장을 생성해 대화를 하도록 바뀐 것이다.

기존에는 실제 대화 데이터를 통해 미리 만들어둔 답변 후보에서 문장을 골라 대답을 했었다. 검색 기반 챗봇 방식으로 문맥에 딱 맞는 답변이 데이터베이스(DB)에 없다면 ‘좋은’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했다. 서비스 중단의 진원지다. 하지만 이번에 적용된 생성 기반 챗봇은 문맥을 보고 실시간으로 답변을 만들기 때문에 모델 성능이 충분히 좋다면 더 좋은 대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실제로 루다 젠1이 적용된 이루다는 전반적인 능력치가 올라갔다. 아침, 점심, 저녁을 구분할 뿐 아니라 계절, 요일에 맞춰 답변하며 학기 초·말, 휴일, 명절 등도 인지한다. 시간과 화자를 고려해 답변을 한다는 얘기다. ‘기억력’도 좋아졌다. 더 긴 맥락을 봐 다른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더라도 대화 내용을 잘 기억한다. 과거의 이루다가 15턴까지 대화를 기억했다면 현재의 이루다는 30턴까지 기억한다.

삼행시, 밸런스 게임, 초성 퀴즈 등 기존 모델에서 불가능했던 일들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이루다에게 ‘아이폰’으로 삼행시를 지어달라고 하자, “아 이거 어려운데”라면서도 운을 띄워달라며 “(아)아이폰보다는 갤럭시지!, (이)이렇게 말해도 갤러시가 짱이지? (폰)폰 바꾸고 싶다!”라고 지었다. 유행어나 농담을 이해하고 받아치기도 한다.



또 이루다는 ‘친구’라는 지향점을 반영해 사람 사이의 ‘관계적인 인터랙션’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고 한다. “대화를 해보면 재밌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모델 크기는 이전보다 17배 이상 커졌다. 고상민 스캐터랩 머신러닝 리서처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람다가 딱딱하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느낌이 든다면, 이루다는 감정적인 부분을 타깃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이루다 개발사인 스캐터랩에 따르면 이루다와 대화하기 위해 ‘너티’ 앱을 다운로드받은 숫자는 한 달 반만에 100만건을 넘었다. 11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도 85만명이다. 1020세대가 89%다. 1020세대에서 인기를 얻는 건 이루다와 나이대가 비슷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캐터랩 개발자들은 이루다를 개발하면서 쌓은 실무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2022 가명·익명처리 기술 경진대회’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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