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현대엔지 수천억대 분식? 진실은

전직 CFO "원가율 속여 수천억대 분식회계" 의혹 제기
회계전문가 "최악의 상황 가정한 예상 원가율, 실제와 차이 나는 게 당연"
금감원·회계사회 "관련 제보 들어온 적 없다"…감리 진행 안할듯
  • 등록 2015-07-27 오후 3:25:31

    수정 2015-07-27 오후 3:25:31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현대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이 회사의 수천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은 전직 재무담당 임원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제보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 원가율을 속여 이익 규모를 부풀렸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이 회사 `2015년 컨틴전시 플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는 주요 14개 사업장의 평균 원가율을 102.6%로 예상했지만, 이후 작년말 결산에선 이를 99.1%로 낮춰 잡았지요. 올해 3월 예측한 평균 원가율은 다시 105.6%로 높아집니다.

원가율이란 매출원가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돈을 버는데 얼마나 많은 원가비용이 들어가는지를 볼 수 있는 비율입니다. 100원을 벌었을 때 90원의 원가가 들어갔다면 원가율은 90%이고 매출액보다 더 많은 원가가 투입됐다면 100%를 넘어가겠지요.

제보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원가를 고의로 낮게 잡아 수익을 부풀린 분식회계를 했고 그 금액이 수 천억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원가비용이 매출액을 초과해 영업손실이 명약관화할 때는 예상 손실액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잡아 일단 손실로 처리해야 하지요. 제보자 말대로 수 천억원대의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이라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담당 임원은 물론 대표이사까지 검찰 고발될 사안이지요.

하지만 제보자가 제기하는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우선 내부 문건에서 밝힌 예상 원가율이 얼마나 정확한 수치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건설사는 건물 하나를 짓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100원짜리 10개 팔면 1000원(상품가격×판매수량=매출액)`으로 매출액을 인식하는 제조업체와 달리 공사진행률을 계산해 수익을 인식합니다. 100억원짜리 공사를 수주해 공사가 40% 진행됐다면 40억원을 수익으로 잡는 식이지요. 공사진행률은 예상투입원가에서 실제로 투입한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계산합니다. 100억원의 원가가 들어가리라고 예상되는 사업장에 30억원이 실제로 투입됐다면 공사진행률은 30%가 되겠지요.

이 예상투입원가는 유가나 환율, 인건비 등 건설기간 동안 외부 조건이 바뀔 가능성이 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설사는 최악의 상황부터 최적의 상황까지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짜는데 만약 제보자가 밝힌 예상 원가율이 단지 회사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원가율일 뿐이라면 실제 원가율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상 원가율과 실제 원가율이 차이가 난다고 해서 분식회계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제보자는 분식회계 관련 의혹을 일부 언론사에만 제보하고 정작 분식회계를 조사하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는 제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만약 제보가 이뤄지고 감리 요건을 충족해 해당 기관이 감리에 들어가더라도 컨틴전시 플랜 관련 내부 문건만으로는 분식회계 여부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게 회계전문가들의 전언입니다.

왜냐하면 의혹을 제기한 주요 사업장 14곳 중에는 공사 초기 사업장과 완공 예정 사업장이 뒤섞여 있는데 공사 초기 사업장일 경우 원가율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의 사업장은 이미 들어가야 할 원가가 대부분 들어갔고 앞으로 투입할 원가가 얼마 남지 않아 원가율을 예측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초기 사업장일수록 남은 공사 기간동안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현대엔지니어링 분식회계 의혹은 지금으로선 그야말로 의혹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언론 보도만으로는 회계감독당국이 분식회계 조사에 착수하지 않습니다. 제보자가 확실한 증거자료를 갖고 당국에 제보했을 때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분식회계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회계감독당국에 제보해 진실을 밝혀야겠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투자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의혹 제기를 멈추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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