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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8일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유가 전망,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오름세는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25일 기자회견에서 “7월이 물가 정점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그 뒤 러시아가 유럽 가스관을 잠갔고 달러인덱스가 110선을 넘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0원까지 치솟는 등 물가 상승압력이 더 커진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예측하는 물가 정점 시기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향후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고 근원물가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정점 시기가 지난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지연될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 7월 정점 입장에서 일부 후퇴한 것이다.
달러 강세는 국내 물가의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됐단. 환율 상승은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0.4%포인트 끌여올렸다는 분석이다. 민간 소비 회복세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을 떠받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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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얼마나 낮아져야 금리 그만 올릴까
물가 급등세를 막으려는 중앙은행들 사이에선 영란은행 사례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영란은행은 5~10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8%로 사상 최고치를 찍어 물가목표치(2%)의 두 배 이상을 넘었다. 한은은 “최근 영국에서 볼 수 있듯이 가파른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상당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5~6%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꺾여야 금리 인상을 끝낼 수 있을까.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지 않은 기준은 실제 물가가 어떤지 간에 2%를 향해 간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게 기준이 될 것”이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더라도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로 안착돼 있다면 그것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로 안착돼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이 중장기 기대인플레 심리로 번지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4%대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중장기 기대인플레를 자극할 위험이 크다는 평가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더 올려 연 2.75~3%가 될 경우 중립금리 상단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부총재보는 “현 기준금리 2.5%는 중립금리 중간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한 두 차례 더 올리면 중립금리 상단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잭슨홀 출장차 미국 와이오밍주를 방문하던 중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먼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하기 어렵다”고 밝혀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