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에서 못 피게 하니”…길거리가 흡연장

금연단속 첫날 중구·종로구 식당가 현장은?
길거리·공원·나무 밑에서 담배연기 '자욱'
서울시·자치구 단속인력도 크게 부족
  • 등록 2013-07-01 오후 4:06:59

    수정 2013-07-01 오후 4:20:4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섭씨 30도를 웃도는 1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다동의 한 대형카페 부근. 카페 내부는 에어컨이 작동돼 매우 시원했다. 하지만 정작 20여명의 손님들로 가득 찬 곳은 무더운 날씨를 감수해야 하는 카페 외부 테이블이었다.

이날부터 150㎡(약 45평) 규모 이상의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흡연한 손님과 주인이 모두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기 위해 밖에 있는 것이다. 이 카페 주인인 이장우(40)씨는 “내부 흡연구역은 이제 일반석으로 돌렸다”고 설명했다. 대신 외부에 6개의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흡연 손님들을 준비했다.

기자가 금연법(국민건강증진법) 시행 첫날인 중구 다동·무교동과 종로구 종각역 일대 식당가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금연을 잘 지켰다. 식당 내부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으며 영업장 출입구에서 금연구역 스티커가 잘 보였다.

1일 오후 서울시 중구 다동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 = 이승현 기자


하지만 내부 금연을 강제한 데 따른 풍선효과인지 길거리 흡연은 눈에 띄게 늘었다. 종각역 인근 음식점 출입구에서는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며 흡연을 하거나 식사를 마치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 다수 발견됐다. 길모퉁이나 골목, 커다란 나무의 그늘도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모여 흡연을 하는 주요 장소였다.

특히 공원에 많이 모였다. 무교동 식당가 내의 작은 공원인 ‘다동쉼터’에는 어림잡아 30명을 웃도는 흡연자들로 인해 입구에서부터 담배 냄새가 느껴졌다. 이곳을 들어오려다 사방에 자리 잡은 흡연자들 때문에 발길을 돌린 여성들도 눈에 들어왔다.

다동 서울 태평로파출소 뒤편의 6각정이 있는 작은 쉼터도 흡연자들로 가득 찼다. 길거리와 공원 등 개방된 구역에서는 흡연이 이뤄졌다. 카페나 호프집들은 외부에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많이 준비해둬 흡연 손님들을 끌어 들였다.

흡연자들은 내부흡연이 금지되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인근 여행사 직원인 방경도(36)씨는 “(식당 등에서의 금연이) 당연히 불편하다”며 “(안에서) 못 피우니까 다 나와서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내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흡연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현상을 알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실내금연을 정착 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내 간접흡연의 인체 유해영향이 실외 간접흡연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음식점 및 카페 주인들은 정부의 금연강화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단속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지 의문을 제기했다. 종각역 인근 한 대형 고기 집 주인은 “방송 등에서 대대적으로 알렸으니까 이번 여름은 열심히 단속하겠지만 그게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시와 각 자치구는 이달 합동 금연지도 단속에 나선다. 그러나 각 자치구에 흩어지는 시 단속인원은 모두 15명이며 중구와 종로구도 전담 단속인원이 각각 2명씩에 불과하다. 다른 자치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이 각 구내의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금연지정 공원 등에서 흡연 여부를 단속해야 한다. 흡연 단속업무를 맡는 중구 건강도시과 관계자는 “어느 구나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며 “인력을 더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단순히 단속강화보다 시민의식 제고 캠페인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창래(61)씨는 “이제 사람들이 안에서 담배피지 않는 정도의 양식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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