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140개 지주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조349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는 총 164곳인데 이중 지주회사 내 있는 중간지주회사 13곳, 금융지주회사 10곳, 3월 결산법인(퍼포먼스옵틱스) 1곳을 제외해서 분석한 결과다.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수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금성자산은 기업이 단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현금, 수표, 당좌예금 등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말한다. 재무제표상 자본 항목의 ‘이익잉여금’ 등을 일컫는 사내유보금과 달리 기업들이 당장 투자에 쓸 수 있는 자금이다. 물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55조원이 모두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가 이번에 지주회사 유보금을 공개한 배경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CVC 제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CVC는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모기업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기업의 성장 기반 마련을 지원하는 회사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둘 수 없다. 벤처캐피털이 금융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의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55조3490억원 중 41조4000억원(74.8%)은 24개 일반지주전환집단이 보유하고 있다. 전환집단은 지주회사 및 소속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기업집단 소속 전체회사의 자산 총액 합계액의 100분의 50인 이상인 집단을 말한다. 피라미드 식으로 자회사·손자회사 나아가 증손회사까지 보유한 LG, SK 등 우리가 흔히 일컫는 지주회사를 말한다.
이중 1조원 이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는 총 8개다. LG, SK, LS 등이다. CVC를 도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으로 분류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평균적으로 33.3개(총 866개)의 회사를 지배하고 있었고, 자회사는 10.3개(31.1%), 손자회사 20개(60.2%), 증손회사 2.9개(8.8%)였다.
평균 자회사 수는 한 해 전보다 하락(10.9→10.3개)했지만 평균 손자회사 수는 증가(손자 19.8→20.0개)했다. 평균 증손회사 수는 동일했다.
신 과장은 “상대적으로 자회사·증손회사보다는 손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에 12월 30일부터 신규 지주회사 및 신규 편입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상향되는 만큼 앞으로 소유 및 지배구조 괴리 문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