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 조롱문화 멈춰라”…‘이대남’ 낙인 거부한 남성청년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9일 광화문서 기자회견
정치권과 언론에 일침
"차별·폭력의 여성혐오로 청년문제 해결 못해"
"성평등 위한 진지한 고민·구체적 정책 내놔야"
  • 등록 2022-02-09 오후 12:18:43

    수정 2022-02-09 오후 3:08:4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대남(20대 남성)’이 더는 ‘조롱 문화’를 대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청년 남성이 참여한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연웅(28·남)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김씨는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집단의 대표성이 고작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이라니 한 명의 이대남으로서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정치인들은 왜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을 정치적 전략으로 삼는가”라며 “기성세대의 위선에 분노하고 공정 담론을 만들어냈던 그 지성이 다시 모여 차별과 폭력에 반대했으면 좋겠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대선공약으로 내건 특정 정당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소속 활동가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기자회견에서 ‘여성혐오를 멈춰라’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이대남=안티페미니스트’라는 편견 속에 여성을 혐오하는 젊은 남성만 이대남이 아니라고 목소리 내는 청년 남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과대 대표된 일부 남초(남성비율이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마치 대다수 의견인 듯 받아들이고, 성별로 갈라치기 하는 방식의 못된 문화와 이를 부추기는 정치권 및 언론에 일갈하기 위해서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고 성평등과 공존을 기치 삼는 청년 남성들이 모인 단체다. 이날 현장에는 총 11명의 남성이 나와 ‘여성혐오를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온라인에서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연대서명운동을 시작해 375명의 참여를 끌어냈다.

2030 젊은 세대, 이 중에서도 ‘이대남’이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캐스팅보터로 떠오르면서 대선 후보들은 이들 공략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 때문에 ‘반(反) 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이대남 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차별과 폭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청년 남성을 대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를 없애거나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지금 내가 겪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성평등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정치와 언론이 펼치고 있는 성별과 세대 갈라치기가 그 어떤 세대와 성별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 헐뜯으며 경쟁하기보다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을 개선해 공존하고 싶다”며 “정치권은 혐오를 부추기지 말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 정책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20대 남성 고선도씨는 “페미니즘은 여성을 잠재적 연애 대상이 아닌 동료로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줬다”며 “남성의 눈으로만 보아온 반쪽짜리 세상을 보다 온전히 볼 수 있게 하고, 젠더갈등을 해결해 내는 것도 결국 페미니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트랜스젠더(성전환자)라고 소개한 김정현(32)씨는 “법적 성별이 여자이고, 나이도 30대라 소위 말하는 이대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청년 페미니스트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자당 이준석 대표와 합작해 이대남 잡기에 주력하는 중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여가부를 ‘성평등부’로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등 선거를 앞두고 이대남 논쟁은 젠더 갈등으로 번진 상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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