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살려면 생태계가 필요하다"

  • 등록 2015-06-12 오후 3:13:15

    수정 2015-06-12 오후 3:13:15

[편석준, <사물인터넷>,<모바일트렌드 2014> 외 저자] 작년부터 사물인터넷이란 말이 유행하더니, 올해부터는 드론(무인 비행체)이란 단어도 동시상영 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드론이 거의 동시에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유사한 기술 구성 요소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의 4가지 기술 구성요소는 센서, 네트워크, 서비스 인터페이스, 그리고 보안이다. 드론 역시 기본적으로 비행을 위해 동작센서(가속도 센서, 자이로센서, 지자계 센서)가 쓰이며, 최근에 액세서리 카메라를 탑재하며 이미지 센서 역시 크게 활용되고 있다. 드론과 조종자의 데이터 링크를 위해 무선통신이 사용되며, 서비스 인터페이스와 보안 기술 역시 당연히 쓰인다.

편석준 착한텔레콤 이사
사물인터넷과 드론이 일상 속에 등장한 이유는 센서의 가격 하락 추세와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기술로 인한 센서의 소형화?저전력이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에서 사물들을 제어할 수 있는 개인용 중앙관리시스템인 스마트폰의 인프라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시장 관점에서는 모바일 등의 가상현실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업무 효율화가 한계에 이르러, 실재하는 현실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드론은 사물인터넷에 이동성(Mobility)를 더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사물인터넷과 기존의 모바일 서비스가 다른 점은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실재하는 사물, 오프라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의 사물을 컨트롤하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와 디바이스가 필요할 뿐이다.

사물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위치에 부착되거나 반고정적으로 활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동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움직이는 사물인터넷인 드론은 하늘이란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동성이 강화된다.

드론과 사물인터넷은 서로의 영역에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의 최종 목적은 인간의 개입 없이 사물들 간에 데이터 처리를 통해, 일상의 편리함과 업무의 효율을 제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물인터넷의 초창기 쓰임새들은 인간이 접근하기 불가능하거나 업무를 수행하기 매우 어렵거나 비효율적인 곳에서부터 쓰였다. 가령, 사물인터넷은 송유관에 쓰여 기름 누수나 절도에 대비해 쓰였다. 하지만, 특정 구역을 집중 감시할 필요가 있을 때는 드론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글로벌 석유회사인 영국의 BP는 알래스카의 노스 슬로프(North Slope)에서 송유관 파손 여부를 점검하는데 드론을 사용할 계획이다.

드론은 오프라인에서만 서식하는 사물들과 달리,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하드웨어를 잘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또한 중요하다. 집 안에서 전등의 전원과 색깔을 제어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기술이 쓰이는 것이다.

이 점을 들여다보면 상업용 드론이 실제 활성화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 당장에 구매가 가능한 드론은, 상업용 드론이라기보다는 취미용 드론에 불과하다. 아마존, 알리바바, 구글 등이 테스트 중인 배송용 드론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가 완화되기만 하면 다 해결되는 것일까?

드론을 소재로 수다를 떨다가, “드론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010년 4월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초등학교 운동장 바로 옆으로 약 170kg의 드론이 떨어졌었다. 만약, 초등학생들이 하교하기 전이나 하교 중에 추락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존의 배송용 드론이 우리 일상 가까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충돌회피 기술(Detect-And-Avoid), 고도 분리 알고리즘, 고장 등의 응급상황 발생 시 자동 강제착륙 기능, 지상통제소와의 원활한 통신체제와 데이터 링크 등이 필요하다. 물론, 이 밖에도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인이 취미용으로 날리는 드론이 아닌 한, 유인 비행체처럼 지상에서 관제?통제할 통제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존 항공법과 연동돼 드론에 관한 법령을 다시 잡아야 하나, 아직 세계적으로도 명확히 규정한 나라는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아마존의 드론을 일단은 마케팅 용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사물인터넷과 드론 모두,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공장뿐 아니라 자동차 등의 기계전자장치에서 계속 쓰여왔으며 드론 역시 군사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쓰여왔었다. 이제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올 조건이 됐기 때문에 많이 언급될 뿐이다.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비즈니스적인 성공은 따져봐야 하나, 상상만 하면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드론 역시 굳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상상한 대로의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헌데, 문제는 위에서 말한 대로 드론 자체가 아니라 드론을 둘러싼 일체의 시스템이며 그를 위해서는 먼저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규제가 문제라고 말할 때, 현재 규제의 완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드론 활성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법령 정비를 말해야 한다.

언젠가 법령 정비와 함께 상업용 드론이 본격화 되면 돈은 누가 벌게 될까? 사물인터넷의 경우, 센서 등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한 사업자와 사물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또, 표준화된 플랫폼 사업자가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원천 기술을 확보한 사업자는 드론에서도 당연히 수익을 창출하겠지만, 드론의 경우는 하드웨어 제조사의 이익이 커질 것이다. 여기에서의 하드웨어는 비행제어와 데이터링크를 위한 소프트웨어까지 결합한 것을 말한다. 단순히 부품을 구매해 조립하는 것은 사실 제조가 아니라 유통에 불과하다.

드론은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겠지만, 사물인터넷처럼 그때마다 서비스 기획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드론을 그 목적에 사용할 뿐이다. 크게 보아, 드론은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하나의 사물이다.

한국이 드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제조 영역뿐 아니라, 드론 생태계를 잘 갖추어놓아야 한다. 드론 시장에는 제조 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센서와 모터(엔진), 배터리 등의 부품 산업, 제어 프로그램과 통신 시스템, 운영체계 등의 소프트웨어 산업, 본체와 날개 등의 하드웨어 산업, 카메라와 컨트롤러 등의 액세서리 산업, 드론에 관한 지식 공유?교육?판매 등을 하는 서비스 산업 등이 있다.

드론 생태계란 것은 센서 하나만 있다고 해서, 운영체계만 있다고 해서, 프로펠러만 있다고 해서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선순환적으로 돌아가야만 생태계 자체가 생존할 수 있다.

법령 정비는 생태계가 기본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땅과 공기 역할 정도이다. 그 위에 진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창의적인 기업과 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 드론 생태계는 프랑스의 에세이스트 장 그르니에가 <<섬>>에서 말한 케르겔렌 군도처럼 될 지도 모른다.

케르겔렌 군도는 선박이 다니는 일체의 항로 밖에 위치하고 있는데……그 해안에는 흔히 안개가 끼어 있으며 그 주위에는 위험한 암초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 접근하는 선박들은 극도로 경계한다……그 고장의 내부는 완전히 황폐하고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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