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상무부는 두 차례나 대변인 성명을 내고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첫 번째 성명에서는 미국의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조처에 대한 보복관세 계획을 내놓았다. 상무부는 신선과일, 건조과일, 견과류, 와인, 강관(철강파이프) 등 120개 품목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돈육과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엔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성명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 한국을 겨냥해 사용했던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懸崖勒馬)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 표현은 중국 외교 용어로 전쟁을 선언할 때 사용하는 ‘사전에 미리 말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勿謂言之不預也)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是可忍, 孰不可忍)라는 용어 다음으로 강한 수준의 표현으로 통한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약 54조원)의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중국의 대미투자도 제한토록 한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300개에 달하는 관세대상 품목후보군을 이미 선정했으며 앞으로 보름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품목을 결정할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중국이 불공정한 인수나 강제로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해온 산업 부분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대상들은 중국이 제시했던 ‘제조 2025’계획을 정조준하고 있다며 첨단 IT제품과 로봇, 항공 우주 장비, 해상장비, 철도 장비,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 전원 장치, 농업장비, 신소재, 바이오 등 의료용품이 관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가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는 ‘제조 2025’를 겨냥한 관세 조치가 이뤄지면 중국으로선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미국 국채를 매도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던질 경우, 채권값이 떨어지며 금리가 급등하고 미국 국채의 대외 신뢰도 역시 손상될 수 있다. 다만 미국 금리가 움직이면 전세계 시장 금리도 요동치게 되고 중국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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