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먹거리에도 힘의 논리가

  • 등록 2003-12-29 오후 5:09:00

    수정 2003-12-29 오후 5:09:00

[edaily 하정민기자] 미국발 광우병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공식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농무부가 한국과 일본에 긴급 통상대표단을 파견키로 결정함에 따라 대표단 파견이 통상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제부 하정민 기자는 광우병 파동 후 미국 정부의 태도를 감안할 때 직접적으로 수입금지를 풀어달라는 요청이 없다해도 특사들이 무슨 요구를 할 지,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고 합니다. LA갈비 많이 드셔보셨죠. 광우병 파동이 있기 전 정육점, 대형 할인점, 고깃집 등 전국 곳곳에서는 미국산 소고기를 사먹으라는 표어가 즐비했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 멕시코에 이어 세계 3위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미국산 소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우리나라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러자 발빠른 미국 정부는 수입금지를 발표한 날 특사 파견을 결정했고 내일 데이비드 헤그우드 미 농무부 장관 특별보좌관 등 3명의 특사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온다고 하는군요. 미국 정부가 통상압력을 넣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지만 농림부에서는 수입금지 해제 요구보다 자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러 왔다고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농림부의 말을 믿고 싶지만 광우병 발생 후 미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농림부의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광우병 발생 후 미국 정부는 당당하게(?) 이 소가 캐나다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경악한 캐나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그런 결론을 내릴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뭐냐고 반박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감염 경로를 밝혀내고 사후 대책을 마련하기도 바쁜 미국 정부가 왜 뜬금없이 광우병 소가 자국산이 아니라고 우기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므로 수입 소가 캐나다산으로 판명날 경우 미국은 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국산 소에서 발병하지 않았다면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금지 조치를 당할 명분도 없어지고 미국 축산업계는 열심히 소고기 수출에 나설 수 있는 거죠. 현재 미국 정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명을 내릴 수는 없지만 대책마련도 안하고서 다른 나라부터 걸고 넘어지는 태도를 보노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 와중에 미국 내부에서도 정부가 광우병 대책 마련에 소홀한 바람에 이번 사태가 일어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광우병의 원인을 밝혀 노벨의학상을 받은 스탠리 프루지너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앤 배너먼 미국 농무부 장관에게 올해 초 광우병 대책 마련을 건의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루지너 교수는 지난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자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면 미국에서도 곧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농무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해 왔다고 합니다. 프루지너 교수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농림부가 광우병 조사를 지극히 적은 수의 소에게만 실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광우병 검역을 철저히했다면 이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이 과연 한국에 와서 "우리 소는 안전하니까 믿어주세요"란 말만 하고 돌아갈까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고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몬태나, 캔자스, 오클라호마 등 축산업 비중이 높은 주들이 공화당의 표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믿기 힘들어집니다. 때문에 정부는 미국의 통상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국산 한우들 중에서도 광우병의 원인인 미국산 동물성 사료를 먹은 한우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도 광우병 안전지대에 있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구요. 그간 우리 정부의 안전불감증이 수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요구에 쩔쩔매기보다 하루속히 방역방제를 포함한 광우병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절실할 것입니다. 국민 건강의 근본인 먹거리 문제까지 남의 나라에 휘둘려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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